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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만 Jun 17. 2017

지중해

그 바람 속에서 춤추고 싶다


종이박스 하나를

가득히 채워 검은색 매직으로

꾹꾹 눌러 쓴 표식을 다시 남긴다


내 삶은 이렇게 켜켜이 쌓여만 간다고

우두컨한 생각이 떠오르던 순간

바다로 가는 기차를 나는 생각했다


낯 선 사람들 북적거리는

카이로 람세스 기차역 한켠에서

황망히 표 한 장을 사들고


반들거리는 은색의 긴 철길을 따라

알렉산드리아 그 바닷길로 떠나는

상상을 했다


둥근 해안선을 따라 바람이 불면

들뜬 소년의 손을 떠나

하늘 위를 펄럭펄럭 헤엄치는 그

가오리 연 하나를 올려다 본다


해 질 무렵

생선비늘처럼 코발트색 바다가

은빛으로 온통 번들거릴 때


낡은 방파제 벤치에 기대어 앉은

나는 슬그머니 찾아오는

지중해 푸른색 밤의 냄새를 또

반가워 할 것이다


긴 밤이 지나고 오래된 약속처럼

여느 아침이 밝아 오듯이

켜켜이 쌓여가는 내 하루도


그 바닷가에 가

바람 속으로 이리저리 헤엄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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