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바람 속에서 춤추고 싶다
종이박스 하나를
가득히 채워 검은색 매직으로
꾹꾹 눌러 쓴 표식을 다시 남긴다
내 삶은 이렇게 켜켜이 쌓여만 간다고
우두컨한 생각이 떠오르던 순간
바다로 가는 기차를 나는 생각했다
낯 선 사람들 북적거리는
카이로 람세스 기차역 한켠에서
황망히 표 한 장을 사들고
반들거리는 은색의 긴 철길을 따라
알렉산드리아 그 바닷길로 떠나는
상상을 했다
둥근 해안선을 따라 바람이 불면
들뜬 소년의 손을 떠나
하늘 위를 펄럭펄럭 헤엄치는 그
가오리 연 하나를 올려다 본다
해 질 무렵
생선비늘처럼 코발트색 바다가
은빛으로 온통 번들거릴 때
낡은 방파제 벤치에 기대어 앉은
나는 슬그머니 찾아오는
지중해 푸른색 밤의 냄새를 또
반가워 할 것이다
긴 밤이 지나고 오래된 약속처럼
여느 아침이 밝아 오듯이
켜켜이 쌓여가는 내 하루도
그 바닷가에 가면
바람 속으로 이리저리 헤엄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을 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