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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만 Jun 18. 2017

껌자국

사랑은 그 흔적을 남긴다


한줌 햇살이 베란다 위에 반쯤 걸려 있는 시간


빨래를 말려야겠다는 마음으로

응접실 소파에 게을리 누워 있던 나는

벽에 남은 껌자국 몇개를 알게 되었다


새벽 여섯시에 일어나 아웅다웅

잠도 덜 깨고 학교 버스를 타야하는

아이들 잠을 깨우기 위해


아내는

매번 소파에 웅크려 얼핏한 잠을 청했을 것이다


잠들기 전 가물가물한 정신을 차려

입 속에 물고 있던 껌을 간신히 벽에다

붙여 놓았을 것이다


그 자리에

떨어지지 않은 자국 몇 개 남겨 놓았을 것이다


키 작은 아내가 이제는

자기보다 훌쩍 키만 커버린 아이들을 향해

남겨 둔 사랑의 흔적 몇개


내 부끄러워진 손으로

몇차례 어루만져 보았다


세탁기가 멈추면 멈추면

너무 늦기전에 베란다 남은 햇살 위로

식빵을 굽 듯이 옷가지를 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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