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을 위한 동화
엄격하게 정해진 연례행사 마냥 엊그제
아내는 아이 둘을 데리고 친정집엘 갔다
여행용 캐리어 가방 여섯 개를 바리바리 싸들고
내게는 손을 흔들며 다녀오겠다고 했다
하늘을 나는 날개옷은 비록 아니었지만
두 날개 달린 비행기를 타고 장장 열네 시간을
날아 간간이 카카오 톡을 통해
잘 다녀오겠다고 했다
아주 어린 내 독서의 기억 속이라 그 내용이
머리 속에 썩 남아있진 않으나 아내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나는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
하나를 마악 생각해 내었다
나무꾼과 선녀의 결혼생활이 내내 어떠했을지
이야기 속에선 어느 누구 하나 말해주지 않지만
어차피 부부간의 일이란 당사자들 아니면
아무도 섣불리 말할 수 없는 법
그래도 곰곰이 생각을 해 보자면
나무꾼은 왜 선녀의 친정 나들이에
그토록 인색했던가
굳이 아이들을 볼모로 하여
그녀의 마음을 얻으려고만 했나
날개옷을 주지 말라던 사슴은 진정
나무꾼의 편이을까
아내가 남기고 간 전기밥통 한 가득한 밥을 바라보면서 선녀도 차마 마음이 안놓여
가마솥 가득 감자나 고구마 따위를 쪄 두고 갔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다가
긴긴 여름이 마침내 그 바닥을 드러내고
바야흐로 아이들 방학이 막바지에 이를 즈음에야
아내는 다시 들고 간 빈 가방을 꽉꽉 채워
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돌아올 것이라며
달력 몇 장을 만지작 거렸다
가만가만 그런데 선녀가
아이들을 데리고 나무꾼에게 돌아왔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