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 더위에 금새 녹초가 되어
그늘만 보이면 그대로 주저 앉았다
나무 위에선 매미소리가 맴맴거렸다
붓을 놀리는 거리의 화가들이 앉은 자리
앞에는 구경꾼들이 몰렸다
물끄러미 그 풍경을 지켜보다가
다리를 펴고 일어서 다시 아테네의 태양 속으로
긴 걸음을 뚜벅뚜벅 걸어 나갔을 때
비 맞은 사람마냥 내
목덜미의 땀은 한 벌 폴로 티셔츠를 흠뻑 적셨고
반들반들하게 닳은 돌계단을 무심히 걸어
올랐을 때 언덕 위에는 오래전 올림포스
신들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아레오스 파고스,
올림포스의 열 두 신들이 이 곳에 모여
전쟁신 아레스의 혐의를 두고
뜨겁게 나누었던 숨결은 여전히
언덕 위 떠도는 바람으로 남아
퇴락한 아크로폴리스를 향해 힘껏
연처럼 날아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