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전 하늘은 흐리고
흐리다가
오늘,
카이로는 비의 계절
골목을 가른 담장너머 고아원
아이들은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린채
만세같은 환호성을 질렀다
지난 봄 여름 가을 소리없이 버티다
간혹 지나는 새들 몇이 잠시 앉았다
떠났던 베란다 난간의 두터운 흙으로
유리창을 온통 뒤덮은 갈색의 먼지에도
작은 위로처럼 불현듯 비가 내렸다
물방울이 나무 위를 떠돌며 춤을 추기
시작하자 오래 기다렸다는 듯 시치미 뚝 떼고
수풀 속 새들은 푸드득
날아 오르며 울었다
비도 때가 되어야 내린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