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삼일째
폭설이 내렸다
뮌헨 다운타운 카우프호프 백화점
지하도 건너
오스람 건물 앞에는 노란
백열전구들 눈보라에 휘청대며
낯동안 내내 불을 켜고
마리엔 플라츠 초입의
야외 스케이트장에서
얼음을 한참 돌다 지친
아이들은 꽁꽁 언
벙어리 장갑을 벗어
붉은 불꽃을 날름대는 가스난로 위로
두 손을 비비고 있었다
오후 세시 전에 이미
날이 어둑한 거리 위로
저마다 외투를 뒤집어 쓰고 웅크린
행색을 한 사람들이
엉금엉금한 걸음을 옮기고 있을 때
마침 그 해가 다 지나가 버렸다는
생각이 겨우 떠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