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 볼 크기로 주렁주렁 매달려
가지 끝 마디 마디 출렁거리는
오렌지 나무 사이로 바람이 지나고
약속처럼 어김없이 찾아 와 반갑던
겨울비 뿌리에 까지 스며 들던 그 해,
바니 왈리드 가는 길엔 바위 사막
여럿을 훌쩍 가로 질러야 했다
서부 영화에서나 보았던 바위산 수없이
수없이 지나쳐야만 했다
이정표 없는 그 길의 중간엔
주유소 간판 단 하나 눈에 띄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바니 왈리드 들어가는 오르막
어디쯤엔가 서 보면 봄이 오는 듯도 싶었다
눈 감고 숨 들이 쉬면 언덕 밑으로 부터
시큼한 봄의 냄새가 불어 올랐다
올망졸망한 울음 남기고 양떼들 지나간
언덕길 어귀쯤 알록달록한 카펫들 여럿이
상점 입구에 돌돌돌 말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