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레도
나이 한 살을 더 먹는다는건 주머니를 탈탈 털어 치루어야 할 청구서 한장을 새로 받아 드는 일
간 밤 에스파니아의 열기는 뜨거웠다
때 늦은 마요르 광장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부터 언덕길 아래 쏠 광장에 이르기까지 거리는
마지막 날 밤의 종소리를 기다리던 인파들로 법썩이었다
느지막한 아침녁 잠이 덜 깨어 올라탄 버스가 마드리드 시외버스 터미널을 빠져 나가자 또 나이 한 살을 더 먹었군 하는 여러 생각들 불현듯이 떠올라 버스창 너머로 지나는 이정표들에 의미없는 눈길 주다 다시 눈을 감았다
버스 터미널에서 한방향으로 줄지어 걷던 사람들 따라 나서자 낯선 마을 하나가 눈 앞에 나타났다
이방의 언어들 웃음처럼 이내 흩어졌던 마을 어귀의 계단식 승강장 한켠에서 중국인 관광객들 여럿 어지럽게 서성대며 사진 찍던 모습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자동차 한대가 간신히 지나 다니는 골목길 사이사이를 이리저리 걷다가 좀처럼 그 끝이 보이지도 않는 잡다한 내 생각들 돌바닥 위로 쿡쿡 찍어대며 그 마을 온종일 둘러 흐를 강물 위에 시선 던지면 한낯의 햇살 그 수면 위로 온통 쏟아져 내렸다
그러다 날 어둑해지고 마을 광장에 모였던 사람들 하나 둘 흩어진 시간 승객 몇이 막차 출발을 기다리던 코끼리 열차 한켠에 앉아 구비구비 연결된 언덕길 오르락 내리락 거리다 보면 멀리 성당의 불빛들 반짝대며 깊은 밤 적막 속에서 나를 바라 보고 있었다
그 마을 톨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