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그 기다림은 높이 솟은 마을 광장의 기둥 위에 서서 오렌지색 지붕들이 바다로 까지 엉금엉금 이어지는걸 응시하는 일
온종일 마을 골목에서 벌어지는 풍경에 눈길을 준다거나 항구로 들어 온 하얀색 세일러복 차림의 선원들을 눈여겨 보는 일
물결 위에 쏟아지던 은빛의 너울 결국 사그러들면 방파제 끝 등대에서 부터 시작한 점등의 릴레이 순서대로 빛나기를 기다리는 일
이른 아침시간 길을 나섰다 세상 구경하고 돌아 온 제비로부터 두런두런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다 소중한 것 차례로 내어주는 일
이따금 잦아드는 현기증 속에 소망과 체념 또한 명확하지 못했던 시절,
노상 기다리는 일은 바로 나의 몫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