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레우스 까지
나이가 든다고 그 나이만큼의
지혜가 함께 자라나는건 아닐것이다
밤시간 아테네 중심지는 뒷짐을 쥐고 느리게 걷는 철학자들이 아닌 열 뜬 관광객들로 북적거렸다
이 오래된 도시의 골목길 사이로 파르테논 신전을 밝혀 둔 오렌지색 조명만이 반짝거렸다
목적도 없이 나는 연락선들이 에게해로 떠난다는 말을 누군가에게 전해 듣고는 모나스트라키 역을 출발하는 지하철을 멍하니 기다렸다
봄의 꽃들이 풍성하게 에워 싼 그 광장에는 젊은 희랍의 미남. 미녀들이 흘리는 웃음으로 한가득이었다
항구까지는 일곱 정거장을 지나야 했다
덜컹대는 객실에서 전화기를 손에 들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던 젊은 여자 하나가 이따금씩 나와 눈이 마주쳤다
피레우스 항구에는 바람이 불고 있었다
산토리니로 다음날 아침 떠날 준비를 하고 있던 여객선 한 대가 수면의 물그림자를 바닥에서 마주보고 있던 시간 나는
파르테논 신전으로 불어대던 아레스 언덕의 그 성난 바람이 아주 옛날부터 이 곳 피레우스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어렴풋 떠올리다 또 세상 여기저기를 떠돌던 포세이돈의 바람이 에게해의 여러 섬들을 돌아 돌아 왔으리란 생각을 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