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가
딸랑거리는 방울소리가 어딘가에서 들려오면
슬쩍 자리를 피해 주어야 한다
당나귀 한 마리가 끄는 수레를 타고
고물장수가 "고물... 고~무울" 목청껏 외치며
좁은 골목길을 빠르게 지나치기 때문이다
그러면 나는
수레가 금방 지나간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방울소리 막 골목 모퉁이를 벗어나 사라진 자리
차지한 '부겐빌레아' 붉은 꽃잎에
시선을 던지다 불현듯
다시 가던 길을 걸을 것이다
초저녁이 되면
이 골목길 여기저기 라마단을 알리는
파누스 등불이 걸리고 좀처럼 식지 않던
유월 한낮 더위가 간신히 사그라들 새벽 즈음에야
초승달 하나 골목길 비추며 우두커니
자리 지키는
부겐빌레아 붉은 꽃잎을 위로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