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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단, 카이로

by 오스만


길을 걷다가

딸랑거리는 방울소리가 어딘가에서 들려오면

슬쩍 자리를 피해 주어야 한다

당나귀 한 마리가 끄는 수레를 타고

고물장수가 "고물... 고~무울" 목청껏 외치며

좁은 골목길을 빠르게 지나치기 때문이다

그러면 나는

수레가 금방 지나간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방울소리 막 골목 모퉁이를 벗어나 사라진 자리

차지한 '부겐빌레아' 붉은 꽃잎에

시선을 던지다 불현듯

다시 가던 길을 걸을 것이다


초저녁이 되면

이 골목길 여기저기 라마단을 알리는

파누스 등불이 걸리고 좀처럼 식지 않던

유월 한낮 더위가 간신히 사그라들 새벽 즈음에야

초승달 하나 골목길 비추며 우두커니

자리 지키는

부겐빌레아 붉은 꽃잎을 위로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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