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학교 앞 문방구 주변을
서성일 때 문방구 주인아저씨는
부채질을 하다 말고 나와 눈이 마주쳤지
그 날은 ‘소년중앙’ 8월호 나오던 날
문방구에 들어가 표지모델 몇이 환하게
웃고 있던 동아전과 절반의 두께로
두툼한 그 잡지 한 권을 들고 있으면
윤전기의 싱싱한 잉크 냄새가
커피 향처럼 코끝에 묻어 나왔어
어느 해인가 우표만 반듯하게 붙인
엉성한 내용의 연애편지
봉투를 한 손에 들고 길을 나섰듯이
집으로 돌아와 엄마에게서 타낸 잡지 값
주머니에 넣고서 몇 번인가 또 확인을
하였던가?
문방구에서 소년중앙 한 권을 가슴에 품고
나섰던 키 큰 플라타너스 그늘의 그 길엔
여름 매미소리가 행진곡처럼 내 귓가에
울려 퍼졌어
세상 걱정 근심도 없이 그 시절 그때는
정말 그렇게 살았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