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운영체제 복구하듯이
휴대폰 처음 상태로 되돌리듯이
버튼 하나 누르면 뚝딱
인생도 리셋이
가능할까 싶다
철길 옆 아파트에 누워
밤이 깊도록 저녁잠을 뒤척이다
기차 지나가는 소리 덜커덕 덜컥
창틈을 넘나 드는 시간이면
언제부터인지 나는 이런저런
상념들 꿈처럼 뒤섞어 보았다
아침이 밝으면 도시 여기저기서
밤을 새우고 나온 사람들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지하철역으로
버스정거장으로 무표정한 발걸음
습관처럼 서두르다 이따금씩
손목시계로 휴대폰으로 그들
눈길 몇 번 던질 것이다
그러면 나는 그 누구 편에도 아닌 곳에
어정쩡이 서서 지갑 안에 끼워 둔
오래된 기억의 몇 장면
불현듯 꺼내 손에 쥐어 들고
행복했었던 한 순간을
무심코 떠올려 볼 것이다
내 나이만큼 어수선하게 가라앉아
밑바닥에 잔뜩 남은 것들 하나둘씩
그 숫자를 세어 나가다 보면
어느 것 하나 내어다 버리기 어렵고
우두커니 망설여지는 게
사실이지만 그러면서 또
인생이 버벅거린다는 생각이 들거나
가방에서 꺼낸 노트북 전원 케이블만큼
배배 꼬여 있다는 짜증 불쑥 치밀 때마다
내 인생도 과연 공장초기화가
가능할까 하는 생각 다시
해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