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성큼 물러나기 전 까지
무엇 하나 분별해 낼 수 없었다
날마다 겪는 일이라지만 그날은
아침이 찾아오는 일마저 낯설었다
산맥처럼 우뚝 쏫아 영원한 불멸로
여겨졌던 그 위대한 왕들의 망토와
오래 된 왕국의 지혜마저 하나 둘
사람들 기억에서 불현듯 잊혀졌듯
지금 한 순간도 어쩌면 하챦은 일
그러니 공연히 이 밤을 붙들지 말자
그러다가 또,
바람 깃발을 펄럭 일으켜 세우고
고양이 처럼 웅크려 있던 안개마저
저 멀리 걷어 치워내고 나면
일렬로 선 대추야자 나무들과
아침 티그리스 강물 위에 뜬 거위
몇 마리 눈에 다시 들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