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2019 Summer

비 오는 날, 나플리오

by 오스만


산맥과 산맥 사이에 구불구불한 도로가 나고 그 길 구르는 버스 앞 유리창 위에도 하루 종일 빗물 흐르던 오후


티켓에 찍힌 이십삼 번 의자에 나른하게 앉아 반쯤은 졸다가 또 반쯤은 꾸벅꾸벅 밖에 눈길 건네다 보면


코린토스 운하 슬쩍 지나서 띄엄띄엄한 올리브 숲이나 주렁주렁한 오렌지 밭 배경으로 한참을 달리어 왔던 완행버스


비에 홀딱 젖은 모양새로 마라톤 끝낸 듯 기진맥진 간신히 한숨 돌려 필로폰네소스 남쪽 항구에 겨우 도착하였다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 선 그리스 남자 하나 붙잡아 물었더니 다음 정거장이 '나플리오'라고 알려 주길래


사람들 하나 둘씩 버스에서 내려 설 때 손으로 쓱쓱 유리창에 몇 자 적어 보았다


비 오는 날, 어쩌다 나플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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