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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마디나에서 만난 슈퍼마켓

석유부자 사우디 사람들은 어떤 과자를 사 먹을까?

by 오스만

이슬람력 9월인 '라마단'이 마침내 끝났다. 사우디 아라비아와 같이 전 국민이 무슬림인 국가에서 무슬림이 아닌 이방인들에게는 참 지난한 시간이었고 낯 시간에 숙면을 취하고 밤 시간에만 유독 움직이는 무슬림들의 라마단 생활습관에 맞추느라 곤혹을 치렀던 일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라마단이 끝나고 '이들 피뜨르'라는 연휴가 바로 시작되는데 라마단 기간 동안 '금식 행위'를 통해 몸을 정화하고 '섭식의 의미'를 다시 한번 숙고해 본다는 무슬림들이 마침내 낯 시간 동안의 단식을 마치고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는 일을 경축하는 시간이다. 아랍어 '이들 피뜨르 (عيد الفطر)'라는 말 자체가 '단식을 깨는 축일'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통상적으로 무슬림들은 1주일 이상 연휴를 즐기며 연휴 기간 동안 친지들을 서로 방문해서 "새 해 복 많이 받으세요(كل عام و أنتم بخير )"라고 인사를 주고받는 관습이 있다.


라마단 연휴기간에 가깝게 지내는 무슬림 친구들에게 나누어 줄 선물 몇 개를 살 목적으로 근처 쇼핑몰을 방문했다. 내가 지내고 있는 사우디 아라비아 히자즈 주의 '알마디나툴 무나우와라(빛나는 도시라는 의미)'에는 카르푸와 하이퍼 팬다몰, 빈 다우드 몰 등의 대형 슈퍼마켓들이 더러 있는데 오늘 방문 중에는 '과연 사우디 사람들은 어떤 간식거리를 먹고살아 가는가' 하는 호기심이 살짝 들었다. 인구 3천만 명이 모여 사는 사우디 아라비아에 인구의 1/3이 외국인들인데 주로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국적 사람들이 많고 필리핀 같은 아시아인들도 더러 거주하고 있는 듯 보였다.


특히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간식거리는 아랍식 과자라고 알려진 '바클라바'인데 이것은 원래 '터키어'지만 그 원류는 시리아 다마스쿠스를 중심으로 한 '샴 지역의 디저트'로 아랍인들은 이를 '할라위야트 잇샤미야(حلويات الشامية/샴지역 디저트 )'라고 한다. 유럽인들은 고래로 이 지역을 '레반트 지역 (비옥한 초승달 지역)'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지금은 비록 내전으로 인해 비극의 땅으로 변한 시리아지만 한때 세계사의 중심국가로써 화려한 문명의 중심지 역할을 하였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인간 존재와 역사 앞에 다시 한번 숙연함을 느끼게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술 '소주'가 원래 이슬람 이전의 이라크 술 '아락'에서 유래했음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그리고 레반트 지역 국가인 레바논의 가장 유명한 요리 '메자'가 본래 술안주였음을 안다면 이건 또 얼마나 큰 문화적 아이러니인지.


잡설이 길어졌는데 아래에서 그들이 즐기는 디저트 문화의 면면을 한번 살펴보겠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디저트로 여러 겹의 페스추리에 아몬드, 땅콩, 피스타치오 등을 넣고 설탕물을 입히거나 '쿠나파'라 부르는 가는 면을 둥글게 말아 속이 비게 한 후 피스타치오를 넣고 기름에 튀겨 설탕물을 입힌 것들이다. 매우 비싸다.

쿠키 베이스에 우리나라 황남빵이나 호두과자 마냥 대추야자 소를 넣어 단맛을 내게 만든 대추 쿠키

통상적으로 킬로 단위로 판매를 하고 있는데 단맛을 강조한 것들로 한국인인 나의 입맛에는 그 맛이 대동소이했다.

바닐라 향을 넣은 서구식 과자라고 적혀는 있는데 '서구식'인지는 잘 모르겠더라

'부쉬마뜨'라는 막대과자 베이스에 참깨를 뿌리거나 설탕을 입힌 것들

찾아보면 우리나라 약과 같은 맛이 나는 과자도 발견할 수 있는데 거짓말 보태지 않고 약과보다 약 3배 이상 단맛이 나서 여러 개를 계속 먹기는 힘들었다.

과자 이름이 '마으물'이라고 적혀 있다. 생긴 건 황남빵처럼 보이는데 '팥소' 대신 대추야자 베이스가 들어가 있음

'마으물 빌수카르'라고 적혀 있는 걸로 봐서 안에는 대추야자가 들어 있고 겉에는 설탕 파우더가 뿌려진 듯 보인다.

먹어 보지는 않았는데 파운드 케이크 비슷한 맛이 날 것 같지 않나요?

쿠키에 초콜릿을 입히거나 쿠키 가루에 코코아 파우더를 혼합해서 만든 과자. 킬로 단위로 구매가 가능하고 아몬드나 피스타치오 가루 등으로 마무리하여 모양을 냈다.

다양하게 색깔을 만들어 구색을 갖추고 있다는 느낌이 난다. 그런 멋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함.

여기서도 '케이크'를 케이크이라고 부르는데 케익이라고 하면 잘 모르고 '카이카'라고 하면 알아듣는다.

여러 가지 사진이나 그림 등을 넣어 케이크를 장식할 수 있다고 설명이 되어 있는데 초콜릿 케이크는 너무 달고 그나마 생크림 케이크가 제일 무난한 듯싶다.

보기만 해도 무척 달아 보인다. 기본적으로 초콜릿 사용을 즐기고 기교 부리기를 좋아하는 듯싶다.

개별적으로 케이크를 잘라서 파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걸 '조각케익'이라 하고 여기서는 '가또'라고 부른다.

보기만 그런 것이 아니라 입안에 넣어 보면 무척 달다는 것을 새삼 느낄 것이다.

'부쉬마뜨'가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라면 이것은 그것을 튀긴 것으로 '건빵 튀김' 비슷한 맛이 나지 않을까 싶다.

여러 가지 가또인데 맛은 왠지 똑같은 느낌은 뭘까? 개별 단위로 판매하고 있더라.

카스타드 푸딩 위에 피스타치오 가루나 캐러멜을 뿌린 것들과 우리나라 만두 같은 '사모사(이집트에서는 삼부삭이라고 부름)' 껍질을 특별 가격에 모신다고 안내되고 있음

우리나라 삼립 식빵 같은 맛이 나는 식빵인데 한 봉지에 천 원 정도 함

파운드 케이크와 식빵 말린 '러스크'등이다.

햄버거, 핫도그 빵이다. 뭐 그냥 무슨 맛인지 아니까...

여러 가지 러스크

역시 러스크

쿠키와 우리나라 고소미 같은 맛이 나는 크래커라고 해야 할지...

이 빵으로 '샤와르마'를 만들거나 여러 가지 고기나 소스를 곁들여 먹곤 한다. 이집트에서는 '에이쉬'라고 부르며 이집트인들의 주식이다.

대추야자 소를 넣은 '마으물'이라는 쿠키와 소금을 뿌려 짭짤한 맛이 나는 싸비 스틱스

이거 먹어 보지는 않았는데 앞으로 보고 뒤집어 보고 했더니 솜사탕이 아닌가 싶은 생각 외에 아무 생각이 없었음

대추야자 말린걸 '따므르'라고 부르는데 이것들 모두가 따르므로 만드는 것들이다.

따므르 속을 반으로 갈라 아몬드 같은 견과류를 넣어서 팔기도 한다. 이름은 '타므르 빌루즈'

이건 흡사 우리나라 참깨 강정 같은 모양에다 그 맛이다. 뭐 다른 이견 없음.

우리나라 강정 같은 맛이고 뭐 종류는 조금 더 다양한 듯 보이네. 참깨, 땅콩, 마카다미아 넛, 아몬드, 피스타치오...

옛날에 '오랑제리'인지 '말랑 제리'인지 하는 우리나라 제리 같은 건데 맛은 조금 더 찰기가 떨어진다. 옆에 보이는 건 '하리보'에서 단골로 만드는 이상한 제리도 아니고 마쉬멜로우도 아닌 그 미지의 그것이라고 본다.

우리나라 고소미 같은 맛은 아니고 소금 맛이 조금 더 강조되고 어떻게 보면 담백하기도 하다. 주로 참깨나 검은깨 등을 뿌려 만든다.




근세 이후 유럽 사람들이 아시아와 유럽 사이에 위치한 샴지역(레반트 지역)과 아라비아 지역을 '중동(Middle East)'이라고 했듯이 중동은 아시아와 유럽이 가진 맛이 서로 혼합된 '중동 특유의 맛'을 가지고 있지 않나 하고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그것은 단 맛. 아주 아주 단 맛인데 아랍어 표현을 빌리자면 '할루(Sweet)'라고 하면 되겠다.


https://brunch.co.kr/@oarsman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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