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은 가는 질감을 가지고
사방천지 녹아내렸다
밤이 깊을수록 내내 슬픔은 더 커졌다
커튼 사이로 열린 창을 통해
요란한 기차 바퀴소리가
어두움 속에 물결을 만들었다
내 슬픔의 이유를 찾으려 하였으나
오지 않는 잠처럼 금세 생각은 흩어졌다
수족관에 든 물고기처럼 모든 생명은
침묵 속에서만 헤엄쳤다
팔십 넘은 엄마가 기침을 하셨을 때
오래전 엄마 손을 잡았던 기억이 났다
그 손 놓치지 않으려 하였으나
엄마는 돌아보지 않고 걸음을 옮기셨다
날이 밝으면 열두 시간 비행기를 타고
일상으로 나는 돌아가야 한다
엄마의 기침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슬픔의 온전한 이유가 내 머릿속에
겨우 떠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