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승달, 커피

by 오스만


이번엔 좀 덜 볶인 듯하다

아주 태운걸 바란 건 아니었지만

갈색으로 연한 알갱이가 영 태반이다

절반쯤 넣어 둔 봉지를 열어

한 주먹 갈아 빈 깡통에 부었다

가만 들여다보면 붉은 흙 같아도 보인다

코를 박고 숨을 몇 번이나 들여 마셨다

그러고 있다 주전자에 김이 끓으면

물을 부어 잔 하나를 가득히 채웠다

아홉 시도 벌써 지난 하늘에 초승달 하나

덩그렇게 떠 있는 시간,

하루 또 보내기 아쉬웠던 나는

식어가는 그 잔만 빙빙 만지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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