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거길 목적지로 잡은 건 아니었다
호기심으로 들어 선 골목길은 미로 같았다
햇볕이 드는 곳마다 빨래들이 펄럭거렸다
내 기대감이 당혹스러움으로 변할 때 즈음
그 골목길 끝에 이발소 하나가 눈에 띄었다
나이 든 이발사는 나와 눈인사를 나누었다
그는 무료해 보였고 나는 피로함을 느꼈다
이발소 의자에 앉자 그가 내 머리를 만졌다
거울 속 나는 알듯 말 듯 비누냄새를 맡았다
셈을 치르기 전까지 우린 말을 섞지 않았다
그는 엄지를 내어 보였고 나는 웃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