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여섯 시가 가까웠지만 여전히
하늘 어디에도 달은 보이지 않았다
귀가 후 방으로 들어선 뒤 제일 먼저
귀와 귀 사이 종일토록 걸리어 있던
하늘색 마스크를 과감히 벗어던졌다
홀가분함과 거의 동시에 한편, 땀으로
축축해진 얼굴이 거울 앞에 드러났다
창문 밖 바깥 날씨는 어느새 오십 일도
지금 세상에야 에어컨도 돌아간다지만
옛날 여기 바빌론 사람들은 이 더위에
하늘까지 닿는 탑을 왜 쌓으려 했을까
휴지통 한쪽에 덩그러니 던져 넣어져
구깃해진 마스크에 시선을 주다 보면
이 세상에 생각 없이 버려지는 것들
어디 마스크뿐이랴 하는 생각 들었다
한 번 쓰고 훌쩍 버려지는 것들 세상에
하루 종일 쓰고 다닌 저 마스크뿐이랴
내 지난 하루도 어쩜 일회용으로 쓰이다
저녁 무렵엔 후회 없이 버려지는 것일까
하는 생각 그 밤 내내 되풀이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