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하는 날

by 오스만


아침 열 시에 다섯이 와서

하루 온종일 박스를 만들고

테이프를 두르고, 가득 채워서

기억할 수 없는 잡다함으로

곳곳에다 작은 산을 쌓았다

뭘 취하고 뭘 버려야 하니


잠시 베란다에 앉았다가

건너 길 담장 너머 저물녘

참새떼, 나무에서 포르르

날아오르는 걸 보았더니

문득, 부럽다는 생각은 드니


오늘 하루 이 나무에서 내일

하루 저 나무로, 욕심도 없고

고민도 없이 버릴 것도 없고

지킬 것 없이, 포르르 포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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