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일억이 훌쩍 넘는 이집트 인구
대부분을 꿀꺽 삼켜버린 직후
곤한 식곤증에 빠진 듯했다
낯 시간 레몬 장수가 질렀던 고함도,
당나귀 수레가 간혹 지나갈 때
내던 딸랑딸랑한 방울 소리도
그나마 마지막 손님 몇이 남아 있던
골목길 모퉁이 에스프레소 숍 등불이
꺼지는 순간 무대 뒤로 모두 사라졌다
만약 강물이 도랑 흐르는
소리를 낸다면 지금쯤 강기슭은
졸졸 물소리를 내고 있을 것이다
강원도에도 서울에도
눈은 펑펑 쏟아지고 있다는데
아들 부대는 연병장에서 눈을 쓸었고,
딸애는 서점에 잠시 들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