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했던 시간에서 삼십 오분
늦게 진료실에 도착한 의사는
좁다란 의료용 침대 위에 올린
내 무릎을 오분 간 꾹꾹 눌렀다
여기가 아프냐고 연신 물었지만
뼈와 뼈 사이를 군데군데 찔러
아프지 않은 이가 어디 있을까
시종일관 그 표정을 탐색했지만
의사는 확신하지 못한 듯 보였다
삼십이 절지 크기 종이에 그는
두 가지 종류 약 이름을 아랍어
보다 더 식별하기 힘든 글씨로
처방한 후 엠. 알. 아이 검사가
가능한 인근 검사실 위치도를
또 다른 종이 위에 그려 내었다
진료소 계단을 내려오는 사이
여전히 내 무릎은 매 걸음마다
뚜두둑 하는 소리를 내었지만
아무도 눈여겨 봐주진 않았다
약국에 들러 주머니에 꼬깃한
종이를 꺼내어 내밀자 약사는
모니터와 자판으로 확인한 후
사다리에 올라 약을 찾아왔다
집에 돌아와 약 포장에 적힌걸
검색하였더니 관절염 약이었다
한참 들여다보다 잠깐 지나면
기억도 나지 않을 이름이었다
내 나이 좀처럼 표 내지 않았으나,
내 몸 어디쯤엔가 멈추지 않고
돌아가는 시계 하나 감춰진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