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nsbruck in summertime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는 독일과의 접경에 있었다. 기차를 타고 비엔나에서 잘츠부르크로 그리고 그곳에서 다시 2시간을 달려 인스브루크 역에 도착을 했는데 동계 올림픽을 두 번이나 개최했던 유명한 겨울 스포츠의 도시라는 건 역 앞에서 볼 수 있는 활강 스키 점프 시설을 확인하고서야 알 수 있었다.
유럽 각국의 여행자들은 겨울 시즌에 스키를 즐기기 위해 이 곳 인스브루크 방문을 무척 선호하고 알프스 산자락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숙박업소들은 가을이 채 지나기도 전에 겨울 시즌의 예약이 금세 마감된다고 했다. 그러고 보면 한여름에 이곳을 방문한 것이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숙소를 인스브루크 시내에서 기차와 차로 번갈아 타서 50분여 떨어진 'Wogol'이라는 산동네에 얻었는데(지금 돌이켜 보건대 지도 한 장 없이 그곳을 찾아냈던 내가 정말 대견스럽다. 거의 인디애나 존스 수준으로 생각해 주시길) 초행길이다 보니 예약에서 그만 실수를 한 거라 처음 생각을 했다. 하지만 첫날밤을 그곳에서 보내고 주변을 찬찬이 들러보니 여름에도 스키장 인근에서 즐길 수 있는 이벤트가 무척 다양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선 숙소에서 제공하는 일일 패스를 이용하면 무제한으로 인근의 24시간 케이블카 시설을 이용할 수 있었다. 케이블카를 이용해 알프스 산정에 올라 식사를 했고 산책을 했고 산아래의 전경을 조망했고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마을에 있던 야외 수영장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지만 수영복이 없어 입수 거부당했고 하루짜리 코끼리 열차 같은 이동 탈 것 표를 끊어서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니 뜬금없이 양초를 만들어 주는 행사에 까지 방문해 무료로 밀랍으로 만든 양초도 선물 받았다.
여름 시즌 방문객들을 위해 자체적으로 준비한 아기자기한 고객 서비스였을 것인데 참 좋은 아이디어 같았고 왜 여름에 스키장에 가야 하지 하는 의문을 긍정형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엿볼 수 있었다. 이런 게 창조경제?
알프스 산자락의 날씨는 실로 변화무쌍했는데 낮시간 쨍하던 이튿날 날씨가 밤이 되자 바람이 매섭게 불고 폭우가 쏟아졌다. 번개. 천둥이 치는 밤을 알프스에서 하루 보내보는 것도 그다지 나쁘지는 않았고 다음날 아침 정말 거짓말처럼 환하고 밝은 햇살을 맞을 수 있었다. 산악 버스를 타고 구비구비 어지러운 산길을 돌아 다시 인스브루크 시내를 향했을 때는 놀이공원의 청룡열차를 타는 기분도 살짝 들었다. 이것 역시 '서머 고객 감사 패키지'의 일환이었는지.
오스트리아 티롤 지방의 주도인 인스브루크를 가로지르는 '인강'의 물줄기를 보면서 시작했던 나의 여정은 '마리아 테레지아 거리'와 '황금지붕', '황금 독수리 호텔' 등을 방문하고 나서 스와롭스키 '크리스털 월드'를 방문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처음 작은 공방의 도제로 시작했던 스와롭스키가 자신의 이름을 따 명명한 유명한 크리스털 제조회사의 전시관인데 현재 본사는 체코로 이전했다고 했다.
잘츠부르크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만난 옆자리 할머니에게 기차역에서 구입한 음료수 하나를 건네자 할머니는 상냥하게 웃으시며 인스브루크 방문에 대한 인상을 내게 물으셨고 "좋은 시간을 보냈고 특히 알프스 산자락에서 묵었던 이틀 동안이 너무 좋았다"라고 했더니 어디서 지냈는지를 물어보셨다. 숙소 이름과 위치를 알려 드렸을 때 갑자기 할머니 표정이 변하셨다.
잠시 가방을 뒤져 사진 한 장을 꺼내 내게 보여 주셨는데 웃고 있는 젊은 부부의 사진이었다. 자세히 보니 내가 묵었던 숙소의 주인 부부였다.
"7년 전 겨울 눈사태가 나면서 젊은이가 말한 그 '샬레'를 운영했던 아들 내외가 변을 당했고 그 일대가 모두 사라졌는데 지금 농담을 하시는 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