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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 단상

فكرة اللحظة في حياة القاهرة...

by 오스만

5층 발코니 앞으로 시에서 운영하는 고아원이 내려다 보이고 고아원 옆에는 초등학교가 하나 붙어있다. 하루 종일 재잘거리는 아이들 소리가 집 안 가득히 들려온다. 이러다 메마른 땅 위에 간혹 비라도 내리기 시작하면 아이들이 일제히 내지르는 소리에 인근이 술렁술렁한다.

몇 달 전부터 욕실에 설치했던 전기온수기가 심각하게 누수현상을 보였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교체해야 하는 시일을 훌쩍 넘기고 말았다. 전기로 물을 데우는 기기라 전기사고 등의 위험이 우려되어 비록 늦었지만 판매처와 모델을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결국 인터넷 쇼핑몰 ' Souq.com'에서 주문을 했는데 그게 2주 전이었다. 나름 중동. 아프리카 일대에서는 유명한 쇼핑몰이었고 일전에(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여러 차례 이곳을 통해 필요 물품 주문을 경험했던지라 별 망설임 없이 주문절차를 마치고 물건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별이 없어 배송 조회를 해 보았더니 판매자가 좀처럼 물건 배송을 하지 않았다. 주문 이후 1주일이 넘어가면서부터 주문했던 쇼핑몰 측에 하루에 한차례씩 배송 문의를 했는데 알아보겠다는 회신만 올뿐 여전히 배송은 감감무소식이었다. 매사 이런 식이었다. 나름 큰 쇼핑몰인 '까르푸'에서 조차 냉장고 하나를 주문하면 예정일을 넘겨서도 배송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체념을 하고 결국 환불을 받고 나서야 며칠 뒤 밤 12시를 넘겨 배송을 왔다며 초인종을 누르는 식이었다. 설마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무상으로 보내준 것은 아니었겠지?

라마단 기간에 현재의 주소지로 이사를 해서 더운 바람만 나오는 에어컨 수리 의뢰를 했더니 밤 11시가 다 되어서야 수리공이라며 2명이 어슬렁 와서는 1시간여를 여기저기 살피다 결국 수리가 끝났다고 돈만 챙겨 돌아갔는데(왜 2명이 왔는지는 모르겠는데 이럴 때는 꼭 두 명분의 출장비를 요구하는 이상한 이들의 계산법) 이튿날 변함없이 더운 바람만 나오는 에어컨을 망연자실 바라보다 다른 수리공을 기어코 알아봐야만 했던 일도 있었다. 고대 불가사의를 대표하는 피라미드 시공의 장인인 이집트인들만의 그 명민함은 도대체 어디로 실종되어 버린 것일까? 사막의 더운 열기에 미라가 되기라도 한 걸까? 이 곳에서 생산되는 국내 S사나 L사의 가전제품을 인근 국가 소비자들이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가 결국 이런 불신의 누적된 경험에 의한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고 역대 노벨상을 4번이나 수상한 이집트인들의 번뜩이는 재기와 저력을 나는 언제쯤에나 만나보게 될까?

수차례의 항의 중에 마침내 기다리던 온수기가 배송은 되었는데 주문한 제품보다 적은 용량이 배달되었다. 어쩌겠는가? 진이 빠져 더 이상 교환이고 환불이고 하는 절차는 생략했고 몇 번 안면이 있던 설치기사에게 전화해 설치 희망시간을 예약했지만 해당 시간에 그는 아예 전화를 받지 않았다. 물어 물어 알아낸 번호로 다른 설치기사를 불렀더니 그는 욕실 전체를 완벽하게 엉망진창(망가진 온수기 안에 있던 녹 찌꺼기들은 왜 바닥에 모두 쏟아부은 건지... 어차피 버릴 건데도... 도대체 왜?)으로 만들어 놓은 채 공임비 150 파운드를 챙기고는(깎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다만 빨리 집에서 그를 내 보내고 싶은 마음에) 다음에 다시 불러 달라는 말을 남기고 유유히 사라졌다.




아프리카 최대 도시이자 아랍 세계의 큰 형이라고 자부하는 카이로 너의 진면목을 제발 보여 줘.

도대체... 언제쯤 그걸 내게 보여 줄거니?

카이로 따흐리르 광장 전경
카이로 따흐리르 광장 전경
거리의 아침식사
모바일 카페테리아
일간지 알아흐람과 알와딴
카이로 아메리칸 대학교 서점
아침식사 '풀(콩요리)' 판매대
이집트 노벨 문학상 수상자 '나깁 마흐푸즈'의 위상
20161009_102304.jpg 카이로 아메리칸 대학교 담벼락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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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오토바이에 '국무회의 우편'이라고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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