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씨앗 몇 개 사막에다 흘린다
모래 위에 떨어진 씨앗들은 말라버린다
걔 중에 하나, 바위에 떨어진다
며칠 그 위에서 돌돌돌 구른다
"정신 차려야 해 정신 차려야 해"
바위틈 손톱만 한 그늘 아래 뿌리를 내린다
작은 뿌리는 날마다 자란다
씨앗은 결국 꽃을 피워 낸다
매일 바람이 꽃을 찾는다
"미안해 미안해 내 실수였어"
꽃은 바람에게 고개 젓는다
"신경 쓰지 마 이제 괜찮은걸"
어느 날 사막을 건너던 남자가 꽃을 지난다
남자가 낙타에서 내려 꽃에 고개 숙인다
"이것 봐 이런 곳에 꽃이 피었네"
남자는 꽃을 캐어 주머니에 넣는다
다음날 집 앞 대추야자 아래 꽃을 심는다
"아무리 봐도 멋진 꽃이란 말이야"
대추야자 그늘이 바람에 너울거린다
햇빛과 바람이 꽃잎 위에 내려앉는다
"여기 있었네. 걱정했는데.. 참 특별한 꽃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