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rid.. Real... Madrid."
아주 아주 옛날에 주사위를 두 개 던져 진행하는 보드게임이 있었는데 그 이름이 '부루마블'이었다. 내 기억으로 아마 그 뜻이 '우주에서 빛나는 지구'를 의미한다고 했던 듯싶다.
주사위가 지정하는 국가의 도시에 나누어 받은 종이돈으로 호텔도 사고 땅도 사고 그랬던 듯싶은데 왜 나는 그 많은 도시 중에 유독 스페인의 '마드리드'가 그렇게 잘 걸렸는지 모르겠다. 덕분에 마드리드에 땅도 사고 호텔도 짓고 해서 그곳으로 오는 다른 아이들로부터 돈을 많이 받았던 기억이 난다.
내 운명의 주사위가 다시 나를 마드리드로 이끌었다. 예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이것이 'Real Madrid'라는 정도...
'마요르' 광장 인근 숙소를 찾았을 때는 이미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고 봄비가 촉촉이 내리던 밤이었다. 내리는 비 사이로 수많은 인파가 나를 스쳐 지나갔다. 비록 이 곳에다 땅을 사고 호텔을 짓지는 못했지만 시장과 시장 사이에서 거리와 거리 사이에서 그리고 미술관과 미술관 사이에서 내가 오며 가며 지나온 그 길들을 그리 쉽사리 잊지는 못하리라는 것을 나는 어렴풋이 예감했다.
정신없었던 마드리드에서의 날들을 뒤로하고 돌아서는 내 발걸음은 많이 아쉬웠지만 주사위를 계속 굴리다가 보면 언젠가 다시 이 곳으로 돌아 올 날도 분명 있으리라.
"adiós! Madr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