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aving Sephoris
'티베리아스'에서 급한 기별을 받고 집으로 돌아오던 날 밤 엄마가 뒷 뜰에 홀로 앉아 계신 걸 보았다. 살금살금 다가가 위로해 드리려 했지만 몇 발자국 다가 서기도 전 이내 그만두어야 했다.
엄마는 달빛 아래서 흐느끼고 계셨다. 고개를 푹 숙이고 간헐적으로 양쪽 어깨를 들썩이며 소리 없이 울고 계셨다. 그것은 내게 참 어색한 시간이었다. 인기척을 내어 집으로 막 돌아온 기별을 나타내어 보이기에도, 그렇지 않으면 소리 없이 물러 나 엄마가 무안해하시지 않도록 배려를 해 드리기에도.
다음 날 아침 엄마가 아침을 준비해 주셨다. 염소젖으로 만든 치즈와 화덕에서 갓 구워 낸 빵 그리고 기름에 절인 검은색 올리브였다. 같이 드시자고 여러 번 청 했지만 엄마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계셨다. 줄곧 나를 바라보고 계셨지만 그 눈은 어떤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 듯 보였다. 침묵으로 일관하시던 엄마는 내가 아침상을 물리고 나서야 이야기를 겨우 꺼내셨다.
"얘야... 예나 지금이나 부정한 여자는 돌로 단죄되는 율법이 있다는 걸 너도 알고 있을 테지. 내가 남자를 알기도 전에 너를 내 태 중에 품었을 때 네 외할머니는 밤새 나를 부둥껴 안고는 우셨단다. 아버지 없이 어렵게 키웠던 딸이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
"나중에 정신을 겨우 차려내신 네 외할머니께서는 어렵게 수소문을 해서 이웃 마을 나사렛에서 일찍이 사별하고 홀로 지내던 나이 든 목수에게 간청을 했단다. 나를 구해 달라고.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그에게든 그 어느 누구에게든 그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테지만 그가 내 어머니의 부탁을 감사하게도 수락해 주었단다. 하지만 세상에 비밀이란 게 없듯이 마을에 소문이 돌면서 그와 나는 그 소문을 피하기 위해 길을 떠나야만 했어."
"우리가 유대 땅의 먼 길을 돌아 베들레헴에 갓 도착했을 때 즈음에 난 강한 산기를 느꼈지. 늦은 밤이었던 터라 몸을 의지할 곳이 없었는데 나이 든 어느 목동이 마련해 준 양들의 거처에서 고맙게도 너를 보았단다. 두 주먹을 꼭 쥐고 태어 난 너를 처음 세상에서 대했을 때의 그 기쁨이란... 너무 가슴 벅찬 순간이었어."
"그 날 이전에도 그리고 그 날 이후에도 그가 나를 여자로 대하지는 않았지만 난 정말이지 그에게 나 자신을 헌신했단다. 물론 그의 아이들에게도. 무뚝뚝한 남자였지만 속은 깊은 사람이었지. 게다가 내게는 생명의 은인이었고 너를 세상으로부터 지켜 내었던 든든한 보호자였으니까. 그는..."
"3일 전 그가 임종하던 순간에 내게 남겼던 마지막 몇 마디를 이제 너에게 전해 주어야 하겠구나. 그가 내게 이야기했지.
마음을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그리고 이제는 너를 이 집에서 떠나보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이야기를 하더구나. 집을 떠나 너는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너를 우리가 쳐 놓은 울타리 안에서 영영 지내게 할 수는 없다고. 그것이 너의 운명이라고 하더라."
"그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 너를 위해 기별 해 둔 곳이 있다고 했어. 세상의 모든 지식이 모여 있는 곳이라고 하더라. 그곳은. 로마의 명망 있는 귀족들도 아들을 얻으면 그곳으로 보낸다고...
그곳 클레오 파트라의 욕탕이 있는 '수사' 바닷가 인근 시너고그에 가서 '자카리야'라는 사람을 찾아라. 그가 너를 지켜 줄 거라고 했어."
"그리고 얘야... 이제 내 걱정일랑 말고 절대로 이곳을 되돌아보지 말거라. 절대로...
다만 네가 특별한 아이란 걸 네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그것이 나의 마지막 소망이자 기쁨이 될 테니."
"너를 처음 내 복 중에 품던 날 밤..
내가 만난 그 누군가가 했던 이야기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단다. 바로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게 느껴지는구나. 너는 나의 자랑스러움이지 세상의 소문과 같은 부끄러움이 결단코 아니란다.
네가 부끄러움을 느낄 그 어떠한 일도 나는 하지 않았다.
엄마로서 그리고 여자로서도.
하나님께 맹세코."
"오후의 해가 너무 뜨거워지기 전에 떠나거라. 네 누이들과 형들에게는 내가 잘 이야기해 둘 테니. 그리고 네가 세상에 온 이유를 이제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구나."
"약속해 주겠니... 내.. 아들...
야수아.
야수아..
내 뼈 중의 뼈, 내 살 중의 살..."
그 말을 마치고 나서 엄마는 두 팔로 나를 꼭 안아 주셨다. 엄마의 품 속에서 느껴졌던 그 따스함을 영원히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마치 알에서 막 깨기 전 엄마 닭이 품어주던 그 마지막 온기를 느끼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