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필

그 동네를 지나며

by 오스만


오래 전 떠나 온

동네 초입에 막

들어설 무렵,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멀리 옛 집이 있던 자리는

이미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고


굴다리가 버티고 있던 자리에

팔차선 도로가 나 있었다


오후 시간마다 김이 모락 피는 식빵을

구워 팔던 몽블랑 제과는

휴대폰을 파는 가게가 되었고


길 건너

전자 오락실 간판은

이제 화장품 가게로 변했다


어렴풋 현기증이 났다

발걸음이 멈췄다

방향을 잃었다


간신히

옛 시절의 그 학교로 걸음을 옮기자

문방구가 하나 보였다


학교가 파하면


교문 앞 문방구

드르럭 하며 열리던

그 나무 문 앞을 난 서성거렸다


유리창 앞 잔뜩 쌓아 올려 둔

번쩍이는 잡동사니들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또 그러다가

때 늦은 귀가를 한 적이 또 몇 번이었던가


훌쩍 작아진

학교의 문을 통해 운동장으로 들어 가

엉거주춤 앉은

철봉대 옆 벤치에서


문방구에서 골라 온

구식 만년필 하나를 손 안에 만지작 거리다


그날 오후를 떠나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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