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잎이 바닥을 구른다
어찌어찌 살다 보니
이 이야기도 이제는 좀
꺼내야 할 때가 되었네
바야흐로
그 해의
목련꽃 꽃망울이 막 터지려고
할 즈음
이른 아침부터
집을 무심히 빠져 나와
방향도 없이 이리저리
걸었어
때로,
아웅다웅 살다가 보면
신호등 하나를 건너는 일도
사막 하나를 가로 지르는 일처럼
버거운 일
사람들이 모여드는 시장통과
어지러운 세상 골목길을
기웃기웃 지나
배가 고픈것도 모르고
목이 마른것도 잊은 채
그저 걸었지
그러다가
그렇게 걷다가
인덕원 어디쯤에서
물집 잡힌 한쪽 발을 절둑대며
지하도 계단을 건너고 보니
실개천이 내려다 보이는 둑방 옆으로
학교가 하나 서 있더라
개나리 나무가 담장을 가득 덮었는데
노오란 백열전구 잔뜩 켜 둔듯 싶었지
바람이 불 때마다
운동장 한켠으로 벚꽃 잎이 또르르르
구르고 있었어
아이들의 재잘거림도 없이
수업 중이라 그저 묵언 중인
본관 건물 간판에는
이렇게 씌어 있더군
당신은 참 아름다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