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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의 혼인잔치

미소짓는 신부가 그녀의 신랑을 바라보다.

by 오스만

파리 지하철 7호선 'Palais Royal Musee du Louvre'역을 걸어 나오자 오후의 가을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미 루브르 박물관의 상징이 되어 버린 유리 피라미드가 설치된 작은 광장에는 형형색색 빛깔의 우산을 받혀 든 긴 관람객 무리의 줄들이 구불 구불하게 이어져 박물관 앞 광장을 휘감고 있었다.


뮤지엄 패스 전용 출입구를 찾아 박물관 안으로 입장하자 우산과 가방을 먼저 보관하라는 담당 직원의 안내가 있었고 보관을 마치고 모나리자가 전시된 드농관 6실의 위치를 물어 그쪽으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유리로 둘러 싸인 모나리자는 생각보다 작은 그림으로 보였고 이미 많은 관람객들로 둘러 쌓여 더는 접근이 힘들었다. 관람객들은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또 서로 찍어주면서 웃음 가득한 표정을 보이고 있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우리에게 천재화가로 알려진 그가 가장 아꼈다는 이 그림 속의 여인은 유리벽 밖 웅성이는 관람객들 너머로 희미한 미소를 머금은 채 은성했던 과거의 한 장면을 떠올리고 있는 듯 맞은편 벽을 응시하고 있었다.


맞은 편 벽에 걸린 그림은 파올로 베로네제가 그린 '카나의 혼인잔치'



그림의 한 가운데에 한 남자가 앉아 있다. 이 잔치의 주인공이다. 화창한 여름날, 그림 속의 사람들은 가지 각색의 표정으로 혼인 잔치의 여흥을 즐기고 있는 듯 보였다. 그런데 신부가 보이지 않는다. 신부는 어디에 있는것일까?


그림의 바깥에 신부가 홀로 앉았다.


신부가 신랑을 바라 보는 표정을 화가는 의도했던 것일까? 신부는 떠들썩했던 혼인식 날의 행복했던 기억을 음미하며 미소짓는 듯이 보이지만 혼인식의 주인공인 신랑의 운명을 금방이라도 떠 올리며 미소 뒤로 깊은 슬픔과 걱정을 감추고 있는 듯 보였다.


마리아 막달레나,


그녀가 혼인식 날의 신랑을 바라 보고 있다. 그림 속 신랑은 사람들 너머 맞은편의 신부를 무심하게 마주보고 있다. 신랑의 어머니가 신랑에게 포도주가 떨어졌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지만 신랑은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이다.


한무리의 관람객이 빠져 나가고 나자 가이드를 뒤따라 안내책자를 손에 들고 온 일본인 단체 관람객들이 웅성거리며 들어 와 그녀의 앞에서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어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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