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즈미에쉬 돌리 가는 길
문비 나무 숲에 싸락눈 내리던 날
오후 두 시를 막 넘어
카지미에쉬 돌리로 향했다
바깥은 영하의 날씨,
밤 사이 매운 바람에
바르샤바 비스와 강이
꽁꽁 얼어 붙은 날이었다
갈까 말까 내 게으름이
몇 번을 망설이다
간신히
네비를 찍어 거리를 계산하고
외줄기 국도를
차가 달릴 때 즈음
날은 이미 어둑어둑 했다
인적없는 산길에는
사슴을 주의 하라는 경고판이 보였고
가문비 나무 숲을 빠져 나오자
세상은 넓은 설원이었다
예정보다 늦은 시각
카즈미에쉬 돌리에 도착 했을 때
마을 광장은 한밤중
불 꺼진 성당 앞으로
모닥불 하나가 활활 타고
이방의 언어로 부르는 음악소리가 두런두런 했다
모닥불 주변에 모여 서서
얼굴이 벌겋게 된
몇몇 사람들이 나를 위해 자리를 만들었다
추운 겨울 밤
모닥불 보다 더 따뜻한 것은 바로
사람들의 마음
하얗게 입김 불며
올려다 본 하늘엔
저녁 별들이 가득했다.
늦은 밤 바르샤바로 돌아 오는 길에는 크라쿠프, 그단스크, 브로츠와프, 포즈난, 자코파네... 이런 생소한 도시들의 이름을 하나씩 떠올려 보다가 또 다른 계절,
마치 오래보지 못한 친구들을 반갑게 만나러 가듯이 반드시 찾아 볼 것을 기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