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것들이 주는 위안
나의 가난한 삶이 마냥
즐거운 일은 아니나
햇빛 좋은 날 오후
마당 빨랫줄에 걸어 둔 옷가지들이
바람 장단에 맞춰 춤을 추고
바삭바삭 익어가는 소리가
나를 행복하게 한다
나의 가난한 집이 마냥
편안한 곳은 아니나
달빛 좋은 날 저녁
부엌 화롯가에 올려 둔 주전자가
뜨거움에 못 이겨 김을 토하고
덜컹덜컹 들썩이는 소리가
나를 행복하게 한다
해마다 나이를 먹어 가지만
늙지 않는 아내가
날마다 키가 늘어 가지만
고민 않는 아이들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