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괸당문화와 사회복지

육지에서 온 사회복지사가 제주도에서 사회복지 시작하기

by 오아시스

우리 국민들은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같이 국가 간의 스포츠 축제가 열리게 되면 너나할 것 없이 모두가 하나되어 선수들을 응원하곤 한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에도 한 달 내내 온 나라를 붉은 물결로 만든 우리나라 국민들을 세계 언론이 주목하게 된 것도 개인주의가 판을 치는 현대사회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해외토픽이었으리라. 우리는 예나 지금이나 그렇게 잘 뭉치는 민족이다. 굳이 스포츠 축제가 아니더라도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어렵고 힘든 일이 있으면 서로 돕고, 함께 슬퍼하였고, 좋은 일도 서로 나누고 함께 즐거워하는 것이 미덕인 동방의 예의지국이었다. 그러나 요즘 들어 뉴스를 통해 바라보는 현재의 대한민국은 하나되기는 커녕 살벌한 기운마저 느껴진다. 세계가 주목한 우리들의 하나 된 모습이 4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코스프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 떠오르는 이유다.

제주국제사진전 대상 수상작 '언 몸을 녹이고'. 사진출처: 제주세계유산본부

필자는 얼마 전 제주스마트복지관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제주도로 내려왔다. 주변에서는 환상의 섬 제주도에서 산다고 하니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막상 제주도에 내려와서 만난 사람들(-나보다 먼저 제주생활을 시작한 육지 사람들-)은 제주도에서 사회복지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스런 말들을 많이 했다. 이유인 즉슨, 제주도에서 오랜 세월동안 뿌리박힌 ‘괸당’이라는 문화 때문에 제주사람들과 외지인들이 어울리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었다.


지역주민을 만나고 부딪히는 일이 직업인 사회복지사가 특유의 지역문화 앞에서 우물쭈물 한다는 것은 왠지 자존심 상할 일이다. 그래서 먼저 국어사전을 찾아보았다. ‘괸당’의 사전적 의미는 ‘서로 사랑하는 관계 즉 혈족, 친족을 의미하는 단어’라고 적혀 있었다. 실제로 제주사람들에게는 친인척을 일컫는 말로 친숙하게 자주 쓰고 있는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정감이 넘치는 토속적인 문화를 사람들은 왜 우려하고 있단 말인가? 앞으로 계속 제주도에서 살아가야 하고, 특히나 이 지역주민들과 함께 사회복지를 해 나가야 하는 필자로서는 더더욱 제주도 ‘괸당’에 대한 궁금증은 점점 커져만 갔다.


그런데 필자가 자료를 찾아보면 볼수록 제주의 ‘괸당’이 제주만의 특유한 문화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제주도가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과 4.3사건과 같은 반목적인 역사로 인해 이 지역사람들만 뭉치고 외지인을 경계한다는 식의 주장은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것은 비단 제주사람만의 특색이 아니라 대한민국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성향이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은 원래부터가 단일 민족이고, 왕족사회의 세습된 역사가 오랜 세월 반복되어 온 혈연중심의 민족이다. ‘괸당’이라는 말은 과거 우리 민족이 원래부터 뿌리 깊은 단일 민족이라는 것을 현재까지 보여주는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괸당은 제주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어디를 가나 존재하고 있는 우리의 문화다.


최근 5년 사이 제주도 유입인구가 4만 3000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하루 평균 60명꼴로 육지에서 제주로 이주를 한다는 뜻이다. 요즘 같은 휴가철이면 오히려 제주 길바닥에서 제주사람을 찾아보기가 힘들 지경이다. 갑작스런 인구유입과 무분별한 개발 등으로 인해 지금 제주도는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2년 남짓 제주생활을 하고 있는 필자도 출퇴근시간이 따로 없는 교통체증과 쓰레기로 넘쳐나는 관광지, 날이 갈수록 훼손되어가는 제주의 자연을 보고 있으면 제주사람들이 외지인들을 싫어할 만 한 것 같다. 그런데, 이러한 사회적인 문제는 생각하지 않고 ‘제주괸당’이라는 말로 제주사람들을 파벌과 같은 부정적인 집단주의자로 몰아가는 것은 외지인들이 만들어 낸 피해망상인 듯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사회는 이웃이라는 존재가 사라진지 이미 오래다. 우리 사회가 지나친 개인주의는 우려하면서 제주도 고유의 공동체 문화인 ‘괸당’을 폄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괸당은 없어져야 할 문화가 아니라 원래가 한 핏줄인 우리의 민족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보존해야할 우리 고유의 가치다. 제주의 괸당문화에는 그 동안 우리가 잊고 지냈던 가치 즉, 가족과 이웃이라면 서로 도와주고 챙겨주려는 따뜻한 미덕이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보자면 제주도는 사회복지하기 참 좋은 지역이다. 아니 어쩌면 사회복지가 필요 없는 지역일 수도 있다. 지역주민이 괸당처럼 어울리고, 함께 마을을 가꾸고, 어려운 이웃을 가족처럼 서로 돕는다면 우리 사회에서 사회복지라는 말이 뭣이 중하겠는가. 필자는 제주도 괸당문화에서 앞으로 내가 해나가야 할 사회복지의 본질을 찾고 싶어졌다.


알쓸복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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