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복지관 데자뷰

시범사업 최종보고회를 앞두고...

by 오아시스

2016년 8월 10일,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건물이 없는 가상복지관(스마트복지관) 시범사업이 이 곳 제주도에서 시작됐다. 당시만 해도 건물없는 사회복지관에 대한 생경함과 전례없는 사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실효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이유로 시범사업이 좌초될 위기도 여러번 겪었다. 그러나 제주도정의 끈질긴 노력과 때마침 스마트복지관사업이 '정부3.0 역점추진과제 300선'에 선정되면서 가까스로 시범사업을 시작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스마트복지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작정 제주도행을 택했던 나는 자칫 잘못했으면 제주도 한달살이만 하고 다시 육지로 올라갈 뻔 했다.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고 나서야 스마트복지관은 겨우겨우 시작할 수 있었다. 출발이 불안했지만 막상 시작하고나서 보니 주변사람들의 우려와 걱정이 참 쓸데없는 짓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스마트복지관은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복지사가 언제 어디서든 일을 할 수 있는 업무환경의 혁신을 통해서 지역주민에게 좀 더 가깝고 효율적으로 서비스를 전달할 수 있는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스마트복지관은 기존 사회복지관의 역할과 기능은 동일한데 서비스전달방법과 기관운영방식의 혁신이었다. 그동안 스마트복지관은 말로만 하는 지역중심 복지, 현장중심 복지가 아니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스마트워크를 과감하게 실제 사회복지업무에 적용해서 스마트한 복지전달체계의 가능성을 스스로 검증해 왔다.

처음에 스마트복지관을 낯설게만 느꼈던 주민들도 이제는 스마트복지관의 존재와 필요성을 알고 스스로 참여한다. 그리고 복지경쟁상대(?)로 생각하던 지역 내 자생단체들도 지금은 서로 신뢰하는 복지파트너가 됐다. 더군다나 현실성이 떨어지고 시범사업에만 그칠거라고 비아냥대던 전국의 사회복지기관들도 일주일이 멀다하고 스마트복지관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제주도를 찾아왔다. 그러다 결국에는 올해초 인천광역시와 경기도 파주시에서 실제로 스마트복지관모델을 벤치마킹하여 운영에에 들어가기도 했다. 또 소식을 전해 들은 다른 지자체에서도 스마트복지관을 도입하기 위해 발빠르게 정책추진을 서두르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치열했던 2년반의 시간은 화살처럼 지나갔다. 마치 군대를 다녀 온 기분이다. 사람들의 반대와 우려를 안고 시작한 시범사업인 만큼 어떻게든 가시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당당히 성공한 사업으로 인정받는 날을 고대하며 쉼없이 달려왔다. 새로운 모델의 선구자(-완전 부담이었지만-) 역할인 만큼 그 동안 스마트복지관은 지역사회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많은 족적을 남겼다. 사회복지관을 그저 배고프고 할 일 없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짜시설로만 여겼던 지역주민들에게 사회복지관에 대한 인식을 바꿨다. 그리고 규정과 지표에 따라서만 일하다 자신도 모르게 건물 안에 갇혀 정체성을 잃어버린 사회복지사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열어 주었다. 또한 사회복지를 보여주기식 생색내기식으로 자기정치의 당근으로만 여겨왔던 지역구 정치인들에게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이제는 모르는 사람만 빼고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스마트복지관이 무엇인지. 우리가 잊고 살았던 사회복지란 무엇인지.


제주도 스마트복지관사업은 올해로 시범사업기간이 끝난다. 시작할 때부터 3년만 시범으로 해보고 성과를 평가한 다음 존치여부를 결정하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시범사업기간이 끝나가는 작금의 상황을 보면 마치 3년 전의 상황이 또다시 반복되는 듯 낯설지가 않다. 시범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스마트복지관이 존속되기 위해서 관련된 법 개정이나 조례가 마련됐어야 했는데 아직까지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하고 있는 것은 3년 전 그날과 다를바가 없다. 스마트복지관에 대한 이해수준도 달라진게 없고 정작 외지사람들보다 더 무관심한 것도 상황을 이지경까지 몰고온 원인 중에 하나다. 시범사업의 평가는 거의 만점에 가까이 나왔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또 다시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시간들이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다. 사업을 추진하는 사람, 사업을 평가하는 사람, 그리고 사업을 결정하는 사람이 모두 따로따로 인 것 같아 답답하고 안타깝다.


"진실을 얘기해도 통하지 않으면 어쩌죠?"
"그래도 말해야죠. 믿을지도 모르잖아요"

덴젤 워싱턴 주연의 영화 '데자뷰(2006)'에서 데자뷰 현상*을 경험한 칼린형사(덴젤 워싱턴)는 과거시점의 사람들에게 폭탄테러가 일어날 것이라 말해보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 결국 사건해결의 열쇠를 쥔 여주인공 클레어를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클레어는 무모하기까지 한 칼린형사의 행동에 궁금하다는 듯 이렇게 질문한다. "진실을 얘기해도 통하지 않으면 어쩌죠?" 칼린형사는 멋쩍은 표정으로 대답한다. "그래도 말해야죠. 믿을지도 모르잖아요."라고.

지금 현재 스마트복지관이 맞이하고 있는 일련의 데자뷰 현상은 어쩌면 우리나라 전체 사회복지의 한 단면일 수 있다. 그동안 사회복지현실과 스마트복지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지만 한낱 사회복지사의 신분으로는 제도개선이니 혁신이니 하는 것은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계속 진실을 말해봐야지... 대신 나는 영화 속 칼린형사처럼 끈질긴 사람이 못돼서 하루 빨리 진실이 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시범사업 최종성과보고회날 아침에... 알쓸복잡


*데자뷰 현상 : 최초의 경험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본 적이 있거나 경험한 적이 있다는 이상한 느낌이나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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