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리페어
사람을 휘둘렀던 강한 사람의 힘이 빠지면,
평생 억눌러왔던 짜증과 울분, 서운함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다
그 날카로운 파편들은 가장 가까운 이들을 산산조각 낸다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
한 번도 마주해본 적 없는 서러움,
그리고 자신의 존재가 부정당하는 공포가 해일처럼 밀려오는 것이다
몸과 마음은 더 이상 예전처럼 호흡을 맞추지 않는다
평생 지켜온 신념이 쇠약해진 체력에 눌리고,
누군가에게 의지해야만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외부로부터 강요받을 때,
'고립'이라는 군대가 마음의 문앞을 지키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지독한 고집이 올라온다
아무도 만나지 않겠다고, 인간이란 종족은 다 싫다고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을 향해 미친 듯이 소리친다
"내가 지금 많이 화가 났다고, 네가 날 이렇게 만들었다고."
그럴 때, 우린 그 서슬 퍼런 칼날 앞에 맞서 싸워야 할까?
아니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기보다 그저 조용히 안아주는 거다
그럴 수 없는 사이라면, 그저 묵묵히 바라봐주는 거다
그 뜨거운 열기가 잠시 식어가게
그 고단한 마음이 잠시 쉬어가게
그래야 다시 온전히 싸울 수 있다
그래야 우리가 다시, 함께 걸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