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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락Oazzang철유 Jun 30. 2023

공원의 힘


 

  몇 년 전 처음 중개업을 시작하고 언젠가 부동산 책을 쓰겠다고 다짐하고 브런치에 작가 등록해서 제일 먼저 쓴 글이 공원의 힘이다. 경의선 숲길 공원, 소위 연트럴파크에 대한 글이었다. 개인적으로 홍대에 20년 이상을 살았고 현재도 홍대에 살고 있어 연트럴파크가 언제 생기고 그로 인해 연남동이 어떻게 바꼈는 지를 모두 지켜봐 왔다. 불과 몇 년 전 만해도 연남동은 기사식당만 있는 주택가였고 서교동이나 동교동만큼 발전이 안되어 서울시는 2010년에 휴먼타운이라는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지역 정비를 도모하였다. 후에 이 휴먼타운이 연남동의 발전을 저해하는 규제로 변질되었고 다행히 2022년 지구단위계획이 해제되었다. 이 문제도 후에 다룰 예정이다.  


  연남동은 사실 연희동의 일부였으며 마포구와 서대문구로 나뉘며 연희동의 남쪽에 위치하여 연남동으로 이름 지어졌다. 동네에 기찻길이 두줄이나 지나는 동네였기에 주거지로서도 그렇게 매력적인 곳이 아니였다. 가좌역 쪽으로는 지금은 구획 정리되어 필지가 부여되었지만 누가 봐도 무허가 판자집이 즐비했고 텃밭을 만들어 야채를 키우는 집이 많았다.  처음 중개업을 시작한 몇 년 전 연남동 땅값은 평 당 2~3000만원이었고 그게 몇 달 새 5천, 6천, 7천, 곧 1억 이 넘었고 이젠 2억을 넘는 땅도 등장하였으며 앞으로 더 오를 것이다.

이유가 뭘 까? 경의선 숲길 공원 때문에? 동네마다 공원은 모두 하나씩 있지 않은가. 단지 그 공원 하나 때문에 땅값이 이렇게 올랐을 까? 경의선 숲길 공원은 다른 공원과 다른 두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가로 공원이라는 것이다. 기차길을 지하로 보내고 지상은 공원을 만들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길을 따라 걷기 좋은 공원이 되었다. 더군다나 원래 기차길이 있던 곳 양쪽의 작은 필지들의 주택들이 상가로 개발되어 예쁜 상가들이 자리잡게 되었다. 그래서 청춘들이 공원만 걸어도 행복해지는 길이 되었다.


  두번째는 홍대역 3번 출구가 공원에 바로 붙은 것이다. 2호선은 모두가 알다시피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애용하는 노선이다. 홍대역은 물론이고 신촌역, 이대역, 건대역등 많은 대학을 경유하고 홍대역은 수 십 년째 청춘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동네로 자리잡고 있다. 경의선도 홍대역에 정차하고 인천공항에서 오는 공항철도도 홍대역에 정차하여 외국인들의 유입도 상당하다. 홍대에서 게스트 하우스를 8년 동안 운영하였기에 공원이 생기기 전부터 연남동에 자주 왔었다. 그때는 기차길 옆이 모두 주택이었고 그 주택에서 게스트 하우스를 하려는 젊은이들이 전국에서 몰려와서 주택 소유자들은 본인 살던 집을 임차로 돌리고 몇 백 만 원씩 월세 수입을 얻었었다. 물론 이제는 모두 근린상가로 바고 땅값은 폭등하여 평당 1억은 이미 모두 넘었고 매도 자체를 안하고 있다. 


  가끔 나에게 매수자가 묻는다. “대표님, 명동 상권이나 이대 상권, 경리단 상권처럼 연남동도 언젠가는 수구러 들지 않을 까요?” 나의 대답은 “아니요”다. 왜냐하면 연남동 상권은 공원 때문에 만들어진 상권이기 때문이다. 공원은 영원하다. 나는 건축을 하던 때 회사에서 뉴욕 지점을 만들어 그곳에서 1년을 거주하며 일했었다. 알다시피 뉴욕의 맨하튼 한가운데 커다란 센트럴파크가 있다. 센트럴파크가 창밖으로 조금만 보이는 아파트라면 100억이 넘어갔다. 왜냐하면 전세계인들이 그곳에 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센트럴파크를 사업지로 개발할까? 말도 안되는 상상이다.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정부가 경의선 숲길 공원을 민간 업체에 팔까? 이것도 말이 안된다. 이게 바로 공원의 힘이다. 공원은 몇 백 년, 몇 천 년 지나도 그 자리에 영원하다. 공원이 없어지지 않고 홍대역이 이전하지 않는 한은 연남동 상권은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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