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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락Oazzang철유 Jul 03. 2023

경의선은 두 갈래다.


 

  경의선 숲길 공원이 조성되기 전 공사 차단막이 양쪽으로 쳐 있었고 몇 년 동안 그 동네를 돌아다니며 이제 곧 멋진 공원이 생긴다는 얘기만 무성했다. 이때는 아무도 부동산 투자로 움직이지 않았다. 공사가 모두 끝나고 차단막이 걷혀지고 공원이 눈앞에 보여 지자 전국에서 부동산 투자를 하려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광풍이었다. 매도하겠다고만 하며 매수자가 몇 십 명씩 달려 들었고 순식간에 평당 1억까지 치솟아서 오히려 매도자가 어리둥절하였다. 그저 살려고 여기에 이사 왔고 30 여년을 잘 살았는데 갑자기 집값이 3~40억이 된 것이다. 이런 횡재가 어디 있을까? 30 년 전에는 주거지로서도 가치가 있는 땅이 아니었는 데.


  연남동의 미로길이라고 있다. 현재 그곳에 제일 상권이 발달되었고 작은 집, 그리니까 대지 평수가 20 평 미만인 매물도 평당 1억에 팔렸다. 미로길의 지도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상한 점을 발견할 것이다. 지자체에서는 어떻게 이렇게 길을 만들었을까? 동네는 진짜 미로처럼 길이 뚝뚝 끊겨 있다. 나도 한번 들어가면 나오는 길을 잃어버리고 뱅뱅 돌기도 한다. 왜 이렇게 개발되었는 지 생각해 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나는 왜 이렇게 되었는지 금방 알았다. 역시 25년 건축 경험이 큰 힘이 된다. 


  그 옛날 이곳은 모두 무허가 판자집이었을 것이다. 그런 곳을 구획 정리하여 지번을 부여하다 보니 서울 한복판에 이런 동네가 탄생한 것이다. 이런 미로길에서 현재 영업중인 임차인들은 좋아한다. 고객들이 한번 들어오면 나기지를 못하고 계속 돌고 있으니. 지자체 입장에서는 이런 도시 계획을 좋아하지 않는다. 화재 시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도로 상권 분석이나 개발 계획을 파악하기를 좋아한다. 연남동 지도를 가만히 보며 분석을 하다 보니 어라! 경의선은 두 갈래로 갈라진다. 가좌역에서 갈라져서 한 라인은 공덕역을 지나 용산역으로 뻗어 나가고 한 라인은 신촌역을 거쳐 서울역까지 간다. 가좌역부터 공덕역까지는 이미 지하화 되어서 공원으로 조성되었고 가좌역부터 신촌역까지는 지상철이지만 신촌역부터 서울역가지는 지하화 되었다. 난 바로 직감했다. 서울시는 가좌역부터  신촌역까지 무조건 지하화 할 것이라고. 그래서 나머지 기차길 옆 필지를 노려 보라고 매수자들에게 계속 얘기하였다. 

   

  역시 내 말이 맞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2년 3월 3일 2040 서울시 기본계획에서 수색역부터 신촌역까지 지하화 한다고 발표하였다. 윤석렬 대통령의 선거 공약 중의 하나가 수도권 기차길의 지하화이고 얼마전에 정부에서 예산 확보한다고 발표가 났다. 생각해보면 정치인에게 이것만큼 본인의 치적을 과시할 수 있는 정책이 없을 것이다. 철도부지는 어짜피 국가 재산이니 토지 보상 문제도 없고 지상을 공원으로 개발하든지 주거 단지로 개발하든지 국민 누구에게나 환영 받을 정책이니 정치인이라면 탐을 낼 만한 정책일 수밖에 없다.


  모든 도시개발은 선계획 후개발이다. 어떠한 개발도 계획없이 발표없이 이뤄지지 않는다. 호재만 열심히 찾는 초보 투자자들은 서울시 기본계획만 찾아서 읽어보면 이미 호재는 모두 공표된 상태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은 눈에 안보이면 안 움직이는 존재이다. 아무리 호재가 있고 정부에서 발표를 했어도 당장 눈 앞에 공원이 만들어져 보여야 움직인다. 경의선 숲길 공원이 조성 전에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은 것처럼. 

공인중개사의 역할이 이때 발휘된다. 이미 다 완성된 상권을 보여주며 중개하는 것은 아무 의미 없다. 이미 매매가에 개발 이익이 모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완성되지 않은 곳, 상권이 형성되지 않은 곳, 그러나 이미 개발 발표는 난 곳, 이런 곳이 개발 되었을 것을 상상하게끔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공인중개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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