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우스운 질문일지 모르겠지만 이런 생각 한 번쯤은 해보지 않았나?
"왜 이 자연계 대부분은 수컷이 암컷보다 훨씬 더 화려한데 인류의 수컷은 암컷에 비해 그렇게 화려하지 않을까?" 난 이게 오래전부터 궁금했어.
공작새, 극락조, 꿩 등을 보면 수컷은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포식자의 공격을 더 많이 받을 걸 알면서도 더 없이 화려하게 진화해 왔는데 왜 인류는 그러지 않았을까? 대부분의 수컷들이 생존보다는 생식을 택하며 계속 화려하게 진화하고 있는데 왜 인류는 암컷들이 더 화려한 치장을 하고 있으며 이건 도대체 어디서부터 달라지게 된 것일까?
이 오래된 질문의 답을 어제 알게 되었어. 카오스재단에서 주최한 "빛, 색즉시공" 강의 중에서.
어제 강의는 카이스트 최철희 교수의 "우리는 빛을 어떻게 보는 가"였는데 강의중 이런 그림을 보여줬어.
이걸 쉽게 설명하자면 단세포하나로 진화를 하던 생명체가 빛을 인식하게 되고 오랜 기간(여기서 오랜 기간은 몇 백 년 정도가 아니 몇십억 년 그러니까 아~~~~~~~~주 오랜) 색을 인지할 수 있는 옵신이란 단백질이 그들의 눈에서 하나 하나 만들어져서 어류, 조류, 파충류 등으로 진화하며 결국엔 빨강, 초록, 파랑을 모두 다 보게 된 거야. 그리고 그 색을 본다는 것이 좀 더 많은 먹잇감을 볼 수 있는 이유로 더 많이 살아 남았고 더 빨리 진화하게 된 거였어. 생존뿐만 생식에 대해서도 색은 엄청난 효과를 발휘했어. 좀 더 화려하고 좀 더 선명한 수컷들에게만 암컷들이 관심을 가지고 선택적인 섹스를 해주다 보니 수컷들은 더 더 화려하게 변해간 거야. 그래서 어류, 조류, 파충류들은 그들의 눈에 보이는 색을 모두 이용해서 계속 화려해지고 있는 거지. 그런데 포유류는? 포유류 즉 우리의 직계 조상은 쥐 같은 작은 개체였어. 감히 낮에는 돌아다닐 생각도 못하는 쥐 같은 포유류는 오랜 세월 빛을 못 보고 밤에만 나와서 생활하다 보니 빨간색을 볼 필요가 없었고 필요 없는 것은 계속 버리는 진화의 원리로 결국 파랑과 녹색으로만 세상을 보게 된 거야. 그래서 지금 개나 말 같은 포유류가 보는 세상은 우리와 달라. 이렇게 말이지.
그런 우리 인류는 어떻게 다시 빨간색을 보게 되었을까? 나무에서만 살던 유인원들이 나무에서 내려와 직립보행을 하며 혹독한 빙하기에 익은 열매를 따 먹기 위해 죽어라 뛰어다녔을 거야. 빨간색으로 익은 과일은 괜찮지만 덜 익은 과일을 잘못 먹는다는 것은 지금과 같이 간단한 문제가 아니야. 내 생명을 좌지우지할 아주 심각한 문제였어. 더 잘 익은 열매를 초록색 잎에 가려있는 빨간색 열매를 계속 찾는 노력이 결국 빨간색을 다시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된 거야. 하지만 그 세월은 얼마 안되었고 (여기서 얼마 안되었다는 것도 몇십 년 정도가 아니 몇 백 만년 정도) 그 전까지는 우리 인류도 다른 포유류와 마찬가지로 빨간색이 없는 지금으로 얘기하면 색맹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성을 바라봤던 거야. 인식할 수도 없는 색을 어떻게 진화하면서 만들었겠어? 그러니 우리의 피부는 이렇게 흐리 멍텅 하게 진화돼 온 거지. 안 그랬다면 남자들의 피부가 파충류처럼 알록달록해졌을 거야. 코는 파랗게, 목은 빨갛게, 팔은 녹색으로,,, 말도 안 되는 상상 같지만 너무나 당연히 진화는 그렇게 됐을 거야. 색을 완전히 인식하게 된 인류는 본인의 피부를 바꾸기 전에 염색기술을 더 먼저 발달시켰어. 결국 그런 염색 기술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이렇게 멋지게 만들어 놓은 것이고.
유레카!!!!
이제는 알게 됐어. 왜 남자는 수컷 조류처럼 그렇게 화려하게 진화하지 않았는 지를.
과학의 힘은 이런 거야. 내가 가진 의문을 언젠가는 풀어주는 것. 때로는 그 의문을 알지 못하고 죽을 수 도 있지만 100만 개 중에 하나를 더 아는 게 100만 개를 다 모르는 것보다는 나은 거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