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경락Oazzang철유 Mar 25. 2021
어제 도서관에서 다섯 권의 책을 고르다
그냥 딸려온 책.
에펠탑의 어쩌고라는 제목만 보고
아. 여행 좋아하는
외국병 걸린 여자가 파리에 잠깐 살며
일도 좀 하다가 연애도 하고
뭐 이런 얘기 쓴 거겠구나
하며 읽기 시작했는 데
어라.
시작하자마자 30살의 여자가 유방암?
그제야 책 제목을 찬찬히 살펴보니
"에펠탑의 핑크리본"
핑크리본은 유방암 재단의 상징 심벌.
아. 그럼 암 투병기겠구나 라며 읽었는 데
또 그것도 아니야.
그냥 톡톡 튀는 30살 여자의
일 년 동안의 이야기야.
일, 사랑, 패션, 수다, 음식
그 와중에 암 치료.
나도 폐암에 걸려 수술을 하고
항암치료를 했지만
폐암이 걸린 남자와
유방암이 걸린 여자와의 차이는 엄청나네.
일단 폐암은 발병하면 폐를 잘라내고
그다음 항암치료를 하는 데
유방암은 일단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까지 하고 절개를 해.
왜냐하면 부분절개와 전체 절개와는
수술 후 여자의 삶에
너무 큰 차이가 생기기에.
그래도 지은이는 다행히
부분절개로 그녀의 가슴을 지켜냈어.
물론 그 이후로 몇 차례의 항암치료와
그에 따른 부작용 (제일 큰 머리 빠짐)을
견뎌내야 했지만.
책에서도 나오지만 나도 알아 그 느낌.
항암제를 맞고 집에 오면
내 몸에서 풍기는 역겨운 금속성 냄새.
그리고 극도의 우울함.
그런데 지은이는 그 우울함을
평소에는 비싸서 엄두도 못 내는
브랜드의 스페셜 세일로 푸네.^^
항암제를 맞고 바로 다음 날
그 전쟁터 같은 세일 샵에서 건진
샬라라 원피스와 스웨터에 항암제의 독을 이겨네.
난 그때 오쿠다 히데오의 책에 빠졌었는 데.
그리고 항암치료를 받는 날이나
수술 날 무엇을 입었는 지를
이렇게 디테일하게 기억하다니.
여자에게 있어서 패션은
여자를 살아가게 하는 커다란 힘인가 봐.
그래도 지켜주는 애인이 있었고
그 애인 사귀기 전의 전 애인과는 친구 사이로
룸 셰어를 하는 사이.^^
일 년간의 투병생활이 끝나서는
투병 중에 그렇게 사랑하던 애인과
당연히(!) 헤어지고
또 다른 사랑을 찾네.
지금은 아마도 그 남자와도
헤어졌을 거 같지만.
그러니까 중요한 건 암보다 사랑.
투병생활이 끝나고의 삶도 나랑 비슷해.
살아남음이 대단한 영웅적인 일을 한 것도 아니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도 선물 같은 보너스도 아니고
그냥 그 전과 같은 삶이며
순간순간의 행복과 덜 행복을 느끼며
그냥 사는 거.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니
지은이가 북살롱에서 멋진 말을 하나 했네.
누군가 이렇게 물었데.
"지금 한국에서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다른 나라에 살려고 하는데
파리는 어떤가요?"
그에 대한 대답이
“나의 일상이 있는 곳에는
더 이상의 설렘이 없어요.
단지 무엇을 하고,
어떤 사람들과 함께 있느냐에 따라서
의미를 가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