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310의 기록
#1
여러모로 우울한 날이다. 생각이 다른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 차이를 인정한다는 것. 너무 당연하고 또한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왔던 이게 실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갈수록 더 어려워진다. 가끔은 내맘 같지 않은 세상이 서운하기도하고, 또 가끔은 될대로 되어버리라지뭐, 같은 자포자기의 심정이 되기도 한다. 항상 경계하고, 극복해야 한다.
현실이, 그리고 역사가 항상 옳은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그릇된 방향으로 흘렀던 때가 훨씬 많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발씩 나아갈수 밖에 없다. 다른 도리가 없다. 시간은 앞으로만 흐른다. 아주 천천히, 조금씩 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 외에는 기댈 곳이 없다.
게다가 현실 탓을 하기 전에 스스로 해결해야 할 일들도 많다. 우선 무엇을 향해 나아갈지, 방향을 찾아야 한다. 지금은 옳고 그름을 옳고 그르다고 단호하게 말할 만한 처지도 못된다. 사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모른다. 혹시 운좋게 작은 깨달음이나마 얻게 되더라도, 끊임 없이 묻고 검증해야 한다. 스스로에게 옳은 길이 누구에게나(혹은 절대 다수에게라도) 옳은 길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각각 출발점도, 서있는 곳도, 목적지도 다 다르다. 몇몇의 합의된 가치(현시대 기준으로 치면 민주주의, 인권, 자유와 같은)를 제외하면, 다른 모든 것들이 상대적이다. 주체가 다르면 가치도 달라지는 법이다. 매순간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스스로 보고, 판단하고,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수밖에 없다. 현실 탓은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머리가 복잡하니 정리도 잘 안된다. 아무튼,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너무 늦지 않게.
#2
아저씨가 되었다는 걸 느끼고는 소름이 돋는 순간이 점점 많아진다. 최근엔 TV를 볼때 그렇다. 자꾸 다큐멘터리나 역사, 시사 관련 프로그램을 보고 있다. 몇년전까지만해도,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어른들의 모습 중 하나였는데 어느새 내가 그러고 있다. 아무튼 재밌는걸 어쩌겠어.
역사 콘텐츠를 보면서 새삼 드는 생각은, 참 인간은 안변한다는 것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개인의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인류 자체가 그렇다. 콜럼버스의 신항로개척 이후 아메리카에서 벌어진 인종차별, 비인간적인 정복과 학살이 2차 대전 시기 유럽과 아시아 곳곳의 전장에서 똑같이 반복되는 식이다. 물론 콜럼버스와 일명 대항해시대 이전에도 무수히 있었고, 2차 대전 이후 뿐 아니라 지금 이순간에도 반복되고 있다. 종교도 없는 주제에 묻고 싶어진다. 신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3
써놓고보니, 어울리지도 않는 심각한 고민을 좀 줄이긴 해야겠다. 좀 더 재밌고 맛있는 것들을 찾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