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밀도 Jun 11. 2024

너도 나도 겸뎌낸 시간이 있어서

월 1회 즐거운 독서토론이 있는 월요일이었어.

오늘의 도서는 청예 작가가 쓴 《마음을 치료하는 당신만의 물망초 식당》     

“3.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한 문장을 소개해주세요.      

- 용서하는 닭수제비 편에서,

고기는 식혔다가 다시 익히면 맛이 없어. 그리고 원래 정성이란 귀찮은 법이다.     

- 사랑이 가득한 계란죽 편에서,

엄마는 그런 사람이었다. 모든 인과를 본인에게 돌려 짊어지는 가련한 사람.

아픔에서 도망치는 사람으로 남겨둘 수 없었다. 죽 한 그릇에 담긴 자책과 후회를 털어주고 싶다. 엄마는 잘못이 없다. 아빠도 잘못이 없다. 우리가 서로를 누구보다 사랑했으니 그 누구도 아파할 필요가 없다. 아프면 죽을 먹고, 서로를 돌보고, 견뎌내고, 회복하는 가족. 그것만이 우리가 돌아갈 길이었다.     

 조바심이 나긴 했지만 급하게 강요하진 못할 노릇이었다. 이왕이면 마지막 손님에게 가장 좋은 맛만을 제공해 주고 싶었다. 편식은 강요로 개선하지 못한다. 나는 엄마에게 강요하고 싶은 마음보단 설득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게 무엇일까. 억지로 숟가락을 건네는 일이 아닐 것이다. 죽을 먹으라 부탁만 하는 일도 아닐 테고. 대화. 우리 모녀에겐 대화가 필요하다. 한 번이라도 상처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용기 말이다.”     

‘문제해결’을 위해 갈등상황을 회피하면 안 된다는, 끝끝내 당면하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는 각자 상처를 생각했어.     

“5. 이 책은 음식과 편식. 그리고 마음에 관한 내용을 담은 책입니다

여러분들의 삶 속에서 음식과 관련된 기쁘거나 슬펐던 추억이 있으시다면 함께 이야기 나누어 주세요.”     

먹는 데 진심인 누나는 음식으로 인해 얻는 기쁨이 매우 크다고 대답했어.

나의 소울푸드는 ‘떡볶이’라고, 안동 막창이며 보쌈, 해물찜 등등 좋아하는 메뉴야 끝이 없잖아.

『슬플 땐 매운 떡볶이』라는 동화책 제목처럼 외로워도 슬퍼도 떡볶이를 먹는다고.

유주도 매운 닭발에 불닭볶음면에 엽기떡볶이를 좋아해.

모양 빠지도록 눈물 콧물 훌쩍거리며 한바탕 맵부심을 뽐내고 나면 어느새 스트레스가 저어어 만치….

 토론자 중 한 분의 ‘눈물 젖은 밥’ 사연에 가슴이 시큰했어.

전맹 여자사람인데, 특수교사거든.

1정 연수를 받는 대학에서 주말 내도록 치킨 한 마리 시켜 버티다가 일요일 저녁이 되어 비로소 학교 식당에 식사를 하러 갔대.

지인들도 다 집에 가고, 혼자서 흰 지팡이 들고 식당을 찾았는데, 글쎄 이른 시각이어서 주방 여사님들이 국솥을 바닥에 내려놓고 있었다는 거지.

바닥에 있는 국솥을 알 도리가 있냐고.

그 연수생 다리를 데었는데, 여사님들 놀라고 약 발라야 한다며 호들갑인데 당장 약을 바르러 가려도 도움 줄 사람도 없고, 우선은 밥을 먹어야겠더래.

그냥 됐다며 식판을 받아 자리에 앉았는데, 눈물을 펑 펑 쏟았다고.

그렇게 한 끼 밥을 먹었다는 거야.

남일 같지 않기도 하고, 젊은 여자 사람인데 그 꿋꿋함이 대단하다 싶고.

혼자서 흰 지팡이 들고 학교 식당 찾아가는 거 뻘쭘해서 어렵게 들어간 대학을 결국 포기한 여자 후배가 실제로 있었어.

누나 대학 다니는 동안 여자 후배들이 자퇴한 경우가 얼핏 생각해도 몇 건 되는구나.

너도나도 견뎌낸 시간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다는 걸 새삼 실감했어.

대학 진학하는 우리 학생들 보니 요즘은 근로장학생 개념으로 도우미 제도가 활성화되어 있다 하더라.

한 나라의 복지 제도는 이 눈먼 개미들의 삶을 지옥 같게도 천국 같게도 할 수 있는 도깨비방망이로고.                                                                      

매거진의 이전글 배움의 즐거움, 만남의 기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