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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도 Jun 13. 2024

물이 바다 덮음 같이

    

출근해서 자리에 앉자마자 건물이 흔들렸어.

난 학교 설비 무언가가 터졌나 했다.

겁이 덜컥 나더라.

적어도 건물에 깔려 죽는 건 좀….

몇 년 전에 포항 지진도 이 자리에 앉아서 혼자 외마디 비명을….

집체가 출렁이는 것 같았어.

간 떨어지고, 심장 오그라들고.

컴퓨터 켜니까 부안 지진 기사가 거의 실시간으로 쏟아지더라.

누나 코로나 이후로 재난 문자 알림을 끄고 살잖아.

유주 학교에서도 긴급 공지가 떴어.

학생들 안전하게 대피시켰다가 입실 완료하여 정상 수업 진행한다고.

지진에 오물 풍선에 이 나라가 뒤숭숭하다.

 불볕더위, 누나는 실내에서 일하는데도 퇴근 시간이 되면 기진맥진이구나.

오전에는 늘 그랬듯 지역 주민에게 임상 실습을 했어.

예비 안마사 학생이 1시간 정성으로 안마를 해드리면 보통 누나가 침으로 마무리하는 코스.

10년이 넘도록 우리 학교 임상실을 찾고 계시는 어머님이신데, 여름 방학한다니까 너무 아쉬워라 하시는 거야.

 6교시는 방과 후 안마 수업으로 이료재활전공과 1~2학년과 자립생활정공과 학생까지 인원이 많아.

누나가 담당하는 학급이 아니다 보니 손동작 하나부터 자세, 강도, 시술 부위 등등 지도할 것이 많잖아.

서로 몸에서 주요 근육 만져주고, 유연과 압박 수기 기본자세를 교정하고 숙련시키는 데 시간이 제법 필요해.

목청껏 설명하며 힘쓰고 시범 보이고, 그렇게 한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 흘러.

끝종치면 나를 다 소진한 느낌.

어질어질 당장 눕고만 싶어 진다니까.

여자선생님이라고, 힘이 없다거나 약하다는 소리 할까 봐 애초에 안마 세게 하고 받기로 악명을 높여둔 덕에 어른들이어도 남학생들이 버겁지는 않아.

연신 터져 나오는 하품을 깨물며 퇴근했어.

바깥은 아직도 훤한데, 나만 까만 밤.

물이 바다 덮음 같이 초저녁잠이 누나를 집어삼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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