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집 12층이잖아.
공동현관에 비밀번호가 있어 배달 음식을 시키면 두 번 문을 열어주어야 하거든.
그나마 현관 키패드가 고장 나서 버튼식으로 바뀐 덕에 밖에서 들어올 때는 이 맹인도 사용이 가능해졌어.
저녁 메뉴는 유주가 좋아하는 불닭발.
학원 끝나는 시간 맞춰 주문을 했어.
그런데, 유주가 귀가하기 전 배달 라이더 아저씨가 먼저 도착을 한 거지.
이럴까 봐 부러 시간을 얘기했건만….
공동 현관 초인종이 울리는데, 우리 집 인터폰 컨트롤러가 터치식이잖아.
주섬주섬 옷을 주어 입고 흰 지팡이와 카드를 챙겨 엘리베이터 앞에 섰어.
혼자 있을 때는 별 수 없이 12층에서 1층까지 내려가서 음식을 받는 거야.
라이더 아저씨들 바쁘니까 엄청 짜증 내는 사람도 있고….
다행히 오늘 아저씨는 친절하시더라.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다 했더니 괜찮다고, 마침 들어오는 사람이 있어 본인이 들어올 수 있었다고….
시계를 보니 누나가 얘기한 시간보다 30분이나 이른 거 있지.
난 유주 식지 않은 음식 먹이고 싶었는데….
그렇게 한 끼 해결.
배달 음식 시키면 편하긴 한데, 쓰레기가 문제잖아.
지구한테 누나는 명백한 가해자다.
여러모로 이 몸이 죄가 많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