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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도 Jun 14. 2024

양념 닭발을 주문했어

누나집 12층이잖아.

공동현관에 비밀번호가 있어 배달 음식을 시키면 두 번 문을 열어주어야 하거든.

그나마 현관 키패드가 고장 나서 버튼식으로 바뀐 덕에 밖에서 들어올 때는 이 맹인도 사용이 가능해졌어.

저녁 메뉴는 유주가 좋아하는 불닭발.

학원 끝나는 시간 맞춰 주문을 했어.

그런데, 유주가 귀가하기 전 배달 라이더 아저씨가 먼저 도착을 한 거지.

이럴까 봐 부러 시간을 얘기했건만….

공동 현관 초인종이 울리는데, 우리 집 인터폰 컨트롤러가 터치식이잖아.

주섬주섬 옷을 주어 입고 흰 지팡이와 카드를 챙겨 엘리베이터 앞에 섰어.

혼자 있을 때는 별 수 없이 12층에서 1층까지 내려가서 음식을 받는 거야.

라이더 아저씨들 바쁘니까 엄청 짜증 내는 사람도 있고….

다행히 오늘 아저씨는 친절하시더라.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다 했더니 괜찮다고, 마침 들어오는 사람이 있어 본인이 들어올 수 있었다고….

시계를 보니 누나가 얘기한 시간보다 30분이나 이른 거 있지.

난 유주 식지 않은 음식 먹이고 싶었는데….

그렇게 한 끼 해결.

배달 음식 시키면 편하긴 한데, 쓰레기가 문제잖아.

지구한테 누나는 명백한 가해자다.

여러모로 이 몸이 죄가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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