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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도 Jun 10. 2024

배움의 즐거움, 만남의 기쁨

 이틀 전부터 알람을 맞춰놓고 경기 광역 장애인콜 예약을 시도했어.

다행히 성공.

그러니까 서울에서 인천 가는 차, 인천에서 송도 가는 차를 잡지 않으면 누나가 계획한 일정을 진행할 수 없었거든.

이틀간 차량 예약에 총력을 기울인 거야.

연수 일정이 잡힌 후 몇 날며칠 시도했던 활동지원사 섭외에 실패하여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몰라.

 누나가 인천에 가야 했던 이유는 안마 교육 연수를 받기 위해서였어.

교사들도 틈틈이 공부를 하거든.

의무 연수도 있지만 자율로 선택할 수 있는 직무 관련 프로그램들이 제법 있어.

누나같이 앞을 못 보는 사람들은 집합 연수가 아니면 사실 제대로 교육 내용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잖아.

비장애인 동료들은 온라인 연수도 많이 듣고, 선택할 수 있는 폭도 무척 넓지만 누나는 다르니까.

인천에서 안마원을 운영하며 우리나라 장애인 직업기능경진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는 원장님을 찾아간 거야.

손이 곧 눈인 사람들이 온몸으로 실습하며 안마 수기를 배우고 익혔지.

손맛, 예술이더라.

사각근, 장요근, 요방형근, 이상근….

오십견 치료할 때 반드시 체크해야 하는 삼각근, 견갑거근, 견갑하근, 극상근, 극하근 등등.

라운드숄더는 또 어떻고.

이동 거리에 비해 연수 시간이 턱없이 짧았어.

모처럼 진짜 고수에게 사사하는 안마 필살기, 탐나고 탐나도다.

손으로 하는 기술은 그야말로 정직하게 연습 시간에 비례해서 완성되는 법.

내 엄마의 김치맛처럼 개량 도구나 레시피 없이도 넉넉히 만족스러운 솜씨.

누나도 그런 안마손을 갖고 싶단 말이다.

 원장님은 하루에 무려 6명 예약 손님을 받는다고 했어.

그 어마무시한 체력에 한 번 놀라고, 손님 중에 의사며 전문가들이 많아 근육의 영어 이름까지 싹 외워 버렸다는 열정에 두 번 놀라고, 그 유려한 손맛과 화술, 피술자와 신뢰를 쌓기 충분한 지식과 연구 노하우까지 입이 떡 벌어지더라.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면서 대중에게 안마의 효과를 알리는 데도 최선.

아주 훌륭한 에너지를 수혈받았으니, 누나도 부지런히 우리 학생들에게 헌혈하련다.

 연수가 끝나고 송도에 사는 중학교 동창 집에서 하루 묵었어.

강산이도 알잖아. 

정 씨 성을 가진 그 멋쟁이 누나.

글쎄 그 누나가 얼마 전에 안내견을 분양받았다 해서 안 그래도 궁금한 참에 인천까지 연수를 갔으니 안 보고 올 수가 있니.

송도 1호 안내견 이름은 ‘나라’야.

암컷이고 완전 애기.

대박 놀라운 사실, 배변을 세상에 실내에서 하더라.

우리는 매번 쉬하고 응아하고 하루에 다섯 번 이상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밖에 나가서 해결했었잖아.

그때 아파트 주민 한 사람이 끈질기게 강산이 쉬하는 것 민원 넣고 항의하고 해서 너무너무 힘들게 설득하고 사정하고 그랬었는데….

특히 장마철 밤낮없이 하루 다섯 번 꼬박 비 맞으며 배변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는데….

나라는 비 맞은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거 있지.

출퇴근도 지하 주차장에서 자동차로 하고, 배변을 집안에서 해결하니.

아무리 봐도 획기적이더라고.

나라는 겁이 많아서 주인 누나 곁에 딱 붙어 안 떨어지려고 하더라.

영락없는 애기야.

훈련 방식도 긍정 강화를 주로 해서 우리 강산이 시절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네.

강산이가 군대 갔다 온 오빠 느낌으로 절도가 있었다면 나라는 겁 많고 수줍은 여동생이랄까.

안내견 나라가 내 친구 삶에 큰 도움과 기쁨을 선사하는 모습 보니 우리 강산이가 더 사무쳐.

전라도에서 인천으로, 다시 송도에서 남쪽 나라로….

홍길동처럼 사방팔방 열심히   뛰어다닌 누나, 칭찬해 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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