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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도 Jun 10. 2024

넝쿨째 굴러온 부안 바닷가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연휴야.

강산이는 오늘 뭐 하고 놀았어?

누나는 늦도록 이불속에서 드라마 「더 에이트 쇼」 듣다가 천사표 활동지원사 선생님 인도받아 부안 바닷가 구경을 다 다녀왔지 뭐니.

모처럼 휴일인데 선생님이 누나를 위해 시간을 내주신 거야.

저녁 무렵 해넘이 명소를 찾았거든.

사람 많더라.

오토캠핑장이 해변에 있으니 가족 단위 피서객들이 벌써부터 북쇠통이더라고.

튜브를 타고, 드론을 날리고, 모래성을 쌓고….

여름이 코앞에 와 있었어.

 유주는 내일 있을 초등학교 선생님 인터뷰 질문지 만든다며 노트북 챙겨 카페에 나가고, 형은 누나가 친 사고 수습하느라 진땀을 뺐네.

아니 그러니까 우리 집 변기가….

일찍이 책 제목으로는 『책 읽어주는 남자』가, 노래 제목으로는 『한 남자』가 있었는데, 우리 집에는 ‘변기 뚫어주는 남자’가 있구나.

나. 손 많이 가는 사람이기 싫어서 최선을 다 하는데도 맥없이 형 손을 사.

 활동지원사님과 뽕잎바지락죽을 먹었어.

맛있더라.

속이 편안하니 해장에도 좋겠더라고.

양파도 한 망 사고,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오디 따서 맛보고, 다알리아꽃송이도 만져봤어.

우리 선생님 꽃을 무척 좋아하시거든.

덕분에 국화 축제도 내손으로 즐길 수 있었지.

그 가을 국화 앞에서처럼 오늘도 누나 모습을 사진에 담아주셨어.

나는 알 수 없는 내 얼굴.

선생님 선물해 주신 완벽한 오늘을 감사로 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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