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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도 Jun 10. 2024

그 남자의 딸

유주에게 용돈 합의서를 건네었어.

찬찬히 읽어보고 동의가 되면 사인하라고 했지.

이 녀석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쿨하게 “Yes.”

나 같으면 쉽게 사인하지 못할 것 같은데 역시 행동파는 다르더라고.

친절하게 엄마 이름까지 서명하여 아빠에게 넘겼어.

합의서는 가족 모두가 서명을 해야 비로소 효력이 발생한다고 썼거든.

축구하러 나간 아빠를 기다리며 취침 준비를 마친 우리 집 뽀로로가 조용한 거야.

한 시간이 넘도록 고요해.

잠이 들었나 했지.

유주 방에 가서 물었더니 글쎄 책상 정리를 하고 있지 않겠어?

깔끔하게 정리하고 아빠에게 인증 사진 보냈다며 자랑을 하더라.

‘헉, 이것이 바로 돈의 위력?’

 누나랑 얘기 잘하는 a 학생이 그래.

“선생님 딸 걱정 할 것이 없어요. 사부님 닮아서 아빠 방식이 딱 맞는 거야. 사부님이 선생님 곁에 계심으로 얻는 만족감이나 편안함을 딸도 똑같이 느낀다니까요. 우리 딸도 저를 똑 닮아서 단점까지 같아요. 사부님이랑 선생님은 다르지만, 따님은 유전자잖아.”

 밤 11시가 넘어 귀가한 아빠에게 유주 의기양양 소리쳤어.

“아빠 나 책상 정리했다. 사진 봤지?”

내가 말했어.

“오오, 벌써 한 건 했네.”

아빠가 말했어.

“어, 나 사인 아직 안 했는데…”

오호통제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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