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도가 무려 80%.
무용 수행평가 준비한다며 외출하셨던 따님이 친구를 대동하고 들어와서는 덥다고 성화를 하여 에어컨을 돌렸네.
나의 안마 작업실로 꾸민 안방을 소녀들에게 내어주고 난 식탁에 앉아 드라마 『잔혹한 인턴』을 들었어.
지금 고생하고 있는 랩걸 내 동생을 떠올리게 하는 스토리.
경력 단절된 워킹맘이 주인공이야.
게다가 누나가 좋아하는 라미란, 엄지원 배우 주연이더라고.
중2 딸이 타투를 배우고 싶어 하는 이유를 알 길 없고, 남편은 해고당했으며, 회사에서는 이 눈치 저 눈치 치열하게 깨지고 갈등하는 늙은 신입.
독신으로 커리어를 계속 쌓은 입사 동기가 인턴의 생사여탈권을 쥔 상사.
면접관이었던 거야.
누군가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으되 나쁜 입장이 있을 뿐’이라고 했더냐?
아줌마 방식, 특유의 오지랖, 기·승·전·공감으로 대동단결하는 엄마들의 닮은 꼴 에피소드가 내 귀를 사로잡았어.
오후에는 내 맘대로 유주 성장마사지.
베드에 아이를 엎드리게 하고 목부터 발까지 풀어주는데, 이 녀석 간지럽다고 난리, 아프다고 비명 얼마나 요란한지 몰라.
모녀 깔깔거리며 마사지놀이 하고 있자니 거실에 있던 아빠 출몰.
악당처럼 딸 다리를 잡고 소리쳤어.
“주리를 틀어라. 사지를…”.
우리 딸 침까지 흘려가며 배꼽을 잡으시더니, 하는 말.
“엄마 사지가 뭐야?”
“헉!”
내가 주리까지는 이해를 했단 말이다.
강산아, 어디 소문내면 안 돼.
티 없이 맑은 그 소녀 어머니가 지금 심히 창피함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