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밀도 Jun 25. 2024

그 목소리와 통화를 했어

강산아, 완전 빅뉴스.

누나가 글쎄 ‘정남’ 성우님과 직접 통화를 한 거야.

녹음도서로만 듣던 명품 목소리가 누나 말에 대답을 하고 웃는 것도 모자라 이 몸을 ‘작가님’이라고 호칭하며 글 계속 더 많이 쓰시라고 덕담까지 해주셨다니까.

응, 누나 고등학교 때 담임선생님, 현 하상점자도서관 이사님께서 성우님과의 통화를 연결해 주셨어.

알고 보니까 그 옛날, 누나 수능시험칠 때 언어영역 낭독 봉사까지 하셨더라고.

1996년도에 MBC 공채 성우로 입사한 후 오늘날까지 외화 출연 작품도 어마무시해.

지금 책도 쓰고 계신대.

레알 멋진 인생이지?

어떻게 30년이 넘도록 한결같이 봉사활동을 할 수 있을까!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이들을 위해 내 시간 쪼개가며 나눌 수 있는 그 넉넉한 도량과 재능이 과연 ‘넘사벽’이로다.

 바쁜 아침, 출근 시간이 5분만 당겨져도 우당탕탕 왔다 갔다 정신이 빠지는데, ‘좋은 생각’, ‘샘터’, ‘하상매거진’ 등 매달 소리잡지 녹음 봉사 활동을 무려 40년 가까이하시다니….

대박 신기한 것.

마흔 중반이 된 누나가 초등학교 때 테이프로 처음 들은 성우님 목소리가 오늘날에도 한 치의 변화 없이 영롱하다는 사실.

역시 ‘프로’ 셨다.

자기 관리도 커리어도 자녀교육도 딸 노릇까지.

응, 누나랑 통화하기 전에 강릉 친정에 다녀오셨다더라고.

효성까지 지극하신가 봐.

오랫동안 낭독봉사를 하시면서도 그냥 막연하셨었대.

시각장애인 독자의 싱싱한 피드백이 반갑고, 기쁘고, 보람되고, 다음 횡보를 가볍게 한다는 말씀이 차라리 감동이더라고.

 강산아, 누나는 목소리로 사람을 보잖아.

며칠 전에 읽은 손웅정 감독 인터뷰집도 그랬다.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

난다출판사 사장님 김민정 시인이 손감독님과 대담한 내용이었는데, 그 책을 덮자마자 누나 유튜브 영상 찾아 감독님 목소리부터 들어봤잖아.

유쾌즈에도 출연하셨고 재미진 영상 많더라.

손흥민 선수에게,

“아주 방이 돼지우리여. 너 청소는 하는겨? 화장실이 그게 뭐여.”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가 사정없이 매력적이시더만.

자녀교육에 성공한 부모.

자식 눈에 우러러 보이는 어른.

이 세상에는 왜 이렇게도 훌륭하신 분들이 많은 거니.

나 같은 사람 설 자리 없그르.                                                            

매거진의 이전글 집콕 토요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