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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도 Jun 26. 2024

명예 말고 부만

어떤 교직자가 누나에게 말했어.

“밀도 선생님은 글을 쓰시면 참 좋겠어요. 책이 나오면 모르긴 몰라도 부와 명예를 다 얻으실 겁니다.”

나도 모르게 그만.

“저 명예는 필요 없는데, 부는 좀….”

함께 둘러앉은 이들과 한바탕 크게 웃었지 뭐.

 월요일 1교시부터 중학생 언니야들이 병든 닭마냥 비실대는 거야.

교실이 쩌렁쩌렁하게 목청을 높여봐도 별 소용없어라.

‘뭐라도 먹이면 좀 나을까?’

“재순이 일어섯. 지금 3층 임상실 올라가서 선생님께 과자 받아옵니다.”

주섬주섬 일어서서 나가는 몸짓에 불만이 뚝 뚝, 무겁기가 한량없구나.

“가지고 왔어요.”

교탁 위에 간식 박스를 올리려는 녀석에게,

“재순이가 친구들 나누어줘. 네 것도 챙기고.”

책상 위에 과자를 툭 툭 던지시더구먼.

“자, 이제 먹습니다.”

그래도 과자는 먹더라.

반짝 생기가 돌았어.

“먹었으니 이제 책들 피셔야지.”

또 느릿느릿. 굼벵이가 따로 없어요.

원맨쇼 하는 기분으로 본문을 읽으며 꾸역꾸역 수업을 했어.

“얘들아, 너희들은 친구가 뭐라고 생각해? 한 번 발표해 보자. 친구란 (  )이다.”

도통 관심도 없고, 느낌도 없고….

 선생 혼자만 신이 난 거야.

누나는 국어 수업이 마냥 재미있고 좋기만 하거든.

교과서 속 문장 하나하나가 글쓰기 교본 같아서 자꾸 곰곰 씹어보게 돼.

‘흑설공주’니 ‘내가 그린 히말라야시다 그림’이니 문학 작품도 오지다.

누나가 또 성석제 작가 팬이잖니.

학생 개별 시기능 특성에 맞게 참고 도서 형태를 만들고 준비하는 일까지 즐겁기만 한데….

 앞서 누나보고 책 쓰라 했던 교직자에게 물어봤어.

“현직 계실 때 어떻게 하셨어요? 과자까지 먹여가며 잠을 깨워 보는데, 녀석들 귀찮아하는 기색이 영력 해요.”

“저는 차라리 그냥 재웠어요. 다만 약속을 받았지요. 몇 시까지 자고 싶냐고, 그 시간 되면 깨울 테니 기분 나빠하지 말라고요. 그러면 애들도 속이 있어서 짜증 안 부려요. 다 성장통이지요.”

‘아직도 나는 갈 길이 멀구나. 그렇게 인격적으로 학생님을 재워드릴 생각까지는….’

여름방학이 다가온다.

학기말 서류가 장맛비처럼 쏟아지는구나.

우리 집 학생도, 우리 학교 학생도 2차 고사에서 건강한 성취감 맛보면 좋겠다.

유주의 고마운 한 마디.

“나 오늘 수학 수행 좀 잘 본 것 같아.”

‘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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